[종합] 한국지엠, 자산 매각 ‘철수설’ 재점화…“멀쩡한 회사 찢어 하청기지로 만들어” 노조 반발

직영 서비스센터 9곳·부평 유휴시설 정리
대선·임단협 앞두고 파열음 예고
“효율화 조치” 해명에도 직원 불안감 확산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사업장인 한국지엠이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자산 매각에 나서며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회사는 ‘재무 개선’이라고 해명했지만, 핵심 거점을 정리하는 행보에 노조는 강력 반발했고, 업계는 사실상 국내 시장 철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이날 임금 및 단체 협상 1차 교섭자리에서 회사 측의 자산 매각 결정에 “한국지엠지부 7000여 조합원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창립 54주년 기념식과 기념행사를 이틀 앞두고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회사가 반드시 후회하도록 교섭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책임에 관해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안규백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은 “2001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멀쩡한 회사를 찢어 종합자동차 회사의 위상을 단순 하청기지로 만들었다”며 “이미 GM 경영진은 한국에서 경영에 실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지엠은 전날 전 직원에게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 매각에 대한 계획을 공지했다. 전국의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팔기로 했다.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 토지의 매각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은 내부 검토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이번 결정이 철수와는 무관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 및 한국사업장 사장은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지엠의 미래와 수익성 증대를 위한 결정“이라며 ”회사가 한 발표는 절대 철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은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예고한 연초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총 49만4072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인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에 나선 것은 국내 시장 확대 의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한국지엠은 불과 두 달 전인 3월 서울 영등포구 ‘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한국 고객에 대한 서비스 품질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물량을 여전히 한국에 배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철수설에 힘을 싣는다. 노조는 수년 전부터 한국 사업장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차세대 신차 생산 배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본사는 관련 계획을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GM은 사업 계획 조정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한 사례가 많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 2017년 유럽·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 적자 심화를 이유로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국지엠 철수설은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권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국지엠은 27일 더불어민주당과 한국지엠의 현실 대응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 협약서를 체결했다. 공급망을 포함한 당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추진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신뢰와 직결되는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는 건 내수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라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단계적 철수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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