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못 내는 '홍콩ELS 배상' ...'긴 싸움' 준비하는 은행들

입력 2024-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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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우리은행 등 배상금 지급…국민은행 22일부터 개별고객에 안내
"고객 반발 예상보다 거세"…'차등배상안 철회 요청' 국회 청원 2만 명 돌파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 은행권이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상액을 결정하고 있지만 높은 배상 비율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은 탓이다. 일부 투자자들은'자율배상안 철회'까지 요구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22일부터 자율배상 절차에 들어갔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네번째다. 워낙 판매 규모가 커 절차가 늦어졌다. KB국민은행의 1~7월 만기 도래 계좌는 무려 8만여 개에 달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상품 만기 도래했거나 중도해지 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자율배상에 들어갔지만 건수도 많고 금액도 많은 만큼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배상을 위한 자율조정협의회 구성도 마치지 못한 은행도 있다. 각 은행들은 10~20명 가량 참여한 자율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개별 배상안을 마련 중이다. 협의회가 개별 건에 대해 심의·의결해 배상안을 마련하고 실제 판매가 이뤄진 영업팀을 통해 고객과 합의가 이뤄지는 구조다.

NH농협은행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자율조정협의회 구성과 고객별 세부 조정방안을 마련하다는 방침이다.

이미 배상금 지급에 나선 은행들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19일 기준 15건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완료한 상황이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10건 내외 정도만 배상금 지급이 이뤄진 상태다.

은행들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홍콩 ELS 사태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 상황에서 자율배상이 얼마나 빠르게, 또 많이 이뤄졌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자율배상 규모에 따라 제재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소비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 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ELS 투자 피해자 모임을 중심으로 자율배상에 대한 거부 움직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배상안 철회 요청’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2만600여 명이 동의, 41%의 동의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강경한 투자자들은 차등배상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실제 고객들과 접촉하고 있는 영업점 직원들도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커 놀랄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시일이 다소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더 장기전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법적 분쟁이나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로 가게 되면 은행으로서도 좋을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의 배상안을 마련해 고객들과 합의점을 찾는데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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