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하면 끝?…남은 직원들 확실한 보상ㆍ배려해야 [인구절벽 정책제언 ③-1]

입력 2024-04-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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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분담 '동료수당' 법제화 등 대체인력에도 지원해야
육아휴직자 눈치 안보고 마음 편히 육아에 전념 가능

법무법인(유) 지평 금융비서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유진 차장은 복직을 앞둔 3개월 전 두 번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출산 및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분위기의 회사지만, 기타 휴직과 출산휴가 그리고 육아휴직까지 이미 긴 배려를 받은 상태라 두 번째 임신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걱정은 기우였다. 그의 상사는 반갑고 기쁜 목소리로 두 번째 임신을 축하했다. 김 차장은 “회사는 3개월 남짓이지만 복직했다가 다시 출산휴가를 가도 좋고, 기타 휴직 기간을 줄 테니 안전한 임신기간을 가져도 좋다며 선택권을 줬다”고 말했다.

또 그는 “휴직 기간 동안 인사팀에서 종종 저의 안부를 물었고, 회사의 공지 사항이 있으면 유선으로 안내도 해줬다. 그때마다 여전히 회사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소속감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은 육아휴직 제도와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 즉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은 그렇지 않다. 특히 늘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인력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육아휴직을 간다고 하면 겁부터 나는 것이다.

이에 육아휴직자에 대한 처우와 함께 남은 직원들을 위해 ‘동료수당’을 법제화하거나 기업에 대체인력 지원금을 파격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휴직자가 마음 편히 육아에 전념할 수 있고 업무를 대신 분담하는 남은 직원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하자는 것이다.

25일 고용노동부가 2022년 9월에 발표한 ‘근로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 대체 방법으로 ‘팀 또는 부서의 기존 인력으로 해결’이 50.9%로 1위를 차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미사용 사유 1위는 ‘업무공백 부담, 동료 눈치’(25.6%)였다.

이에 지난달 20일 고용노동부는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지원금 신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지원확대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폐업 시 구직급여 수급자격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하위법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체인력 채용이 어려운 경우에도 동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부터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지원금’을 신설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주 10시간 이상 사용하고 그 업무를 분담한 동료 근로자에게 중소기업 사업주가 보상을 지급하면, 최대 월 20만 원까지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일단 환영의 분위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한 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존 인원이 다시 복귀했을 때 대체 인력의 계속 고용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라며 “인원 채용 시 직접 인건비 외에 세액 감면 등의 직접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지원단장은 “일을 더 부담하게 되는 동료들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게 있으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도 그나마 부담이 덜어질 거고, 육아휴직 문화가 조금은 더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결국 대체 인력의 문제다. 인력을 즉시 뽑아서 쓸 수 있게 해준다면 아무래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문제는 인력 풀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 인력을 채용할 때 정부가 충분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육아휴직자의 일을 맡아서 일하는 사람에게 돈을 더 주든지 하는 부분들에 대해 전반적인 국내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그런 조사에 기반을 둬 차근차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지원을 제도화해 도울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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