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답정너’ 미국 금리인상에 매번 놀라는 이유

입력 2016-09-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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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미지투데이)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가진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은행 총재의 말입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경기지표를 종합해 볼 때, 9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네요. 결정을 미루다 보면 자산시장이 과열될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부진한 고용지표를 위안(?) 삼아 ‘설마 올릴까’하고 안심했거든요. 지난주 뉴욕증시의 2% 급락에 이어 오늘(12일) 코스피가 왜 2000선 아래로 밀려났는지 이제 이해가 되나요?

“미국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 아닌가요? 왜 매번 놀라는 거죠?”

‘추석 앞두고 날벼락 맞았다’는 개미들(개인 투자자들)의 아우성 속에 이런 물음표가 보입니다. 맞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 하루 이틀 일이 아니죠. ‘세계 경제 대통령’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해부터 군불을 때고 있고요. 연준의 ‘넘버2’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지난달 말 잭슨홀 미팅에서 “올해 두 번 올릴 것”이라며 방점을 찍었습니다.

시장에 ‘매(통화 긴축 선호)’가 날라들 때마다, 투자자들이 이토록 소스라치게 놀라는 이유가 뭘까요? 달러강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전 세계 투자자금 미국으로 이동→신흥국 유동성 위기 직면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상흔이 지워지지 않은 우리에겐 더더욱 공포스럽습니다.

(출처= 블룸버그ㆍ대신증권 리서치센터)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과거처럼 달러 강세가 강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선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그때와 다릅니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자산매입을 줄일 때 일본과 유럽은 통화완화 정책을 썼습니다. 미국은 유동성을 죄는데, 유럽과 일본을 돈을 풀어대니 달러는 강세로 갈 수밖에 없죠.

지금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발이 예전만 못합니다. ‘ECB, 제로 금리 동결’ 9일 이투데이에 실린 기사인데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아직 추가 부양책을 쓸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유로존 경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회복될 거라고 믿는 거죠.

일본 역시 마구 돈을 풀어대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연초에 사용한 ‘마이너스 금리’ 카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거든요. 오히려 부메랑이 돼 엔화강세를 자극하고 있죠. 최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의 총재가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여전히 열도엔 실탄이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액션에 불과하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일본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거란 얘기죠.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 우려를 잠재우고 있는데요. 말이 어렵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의장은 금리를 내려서 시중에 달러를 풀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돈 맥'을 녹이는 게 급선무였으니까요.

10년 가까이 계속된 ‘저금리 처방전’에 이제 세계 경제는 제법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약에 내성이 생겼죠. 더 이상 금리 인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어떤 정책을 써서 돈을 버는가?’로 쏠리고 있습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변수인데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되더라도 재정지출이 늘 거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죠. 나라 씀씀이(재정적자 확대)가 커진다는 건, 달러 약세 요인입니다.

(출처= 블룸버그ㆍ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브레이너드 연설이 이달 FOMC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 이다.”

한 투자은행(IB) 연구원의 말입니다. 연준 이사인 라엘 브레이너드는 힐러리 정부(당선 된다면)의 차기 재무장관으로 꼽히는 인물인데요. 12일(현지시간)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FOMC 회의를 앞두고 유력 대통령 후보의 통화정책 속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죠. ‘비둘기’인 그가 ‘매’로 변한다 하더라도 놀라진 마세요.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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