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미공개 정보로 주식 대박? "부당거래입니다"

입력 2016-06-29 18:40수정 2016-06-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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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NC엔터테인먼트)

“궁금한 게 있는데 이게 위법이었음?” (네이버 아이디 ‘dlst****’)

씨앤블루의 보컬 정용화가 어제(28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네요. “소탐대실이다”, “욕심이 지나쳤다” 등 팬들의 실망감이 가득한 가운데 유독 위 댓글이 눈에 띕니다. 그의 혐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일은 불법입니다. 만약 수사를 통해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정용화는 죗값을 받아야 하죠. 왜냐고요?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정용화가 어쩌다 이런 의혹을 받게 됐는지 좀 더 살펴볼까요?

지난해 7월 ‘국민 MC’ 유재석은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었습니다. 모두가 놀랐습니다. 전 소속사(스톰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으로 오랜 시간 속앓이를 했던 그가 다시 기획사에 둥지를 틀었으니까요. 힘겹게 차린 1인 기획사를 접고 간 곳이 FNC엔터란 것도 의아함을 자아냈죠.

팬들의 축하와 실망이 뒤섞인 사이, 주식시장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실적개선 기대감에 개미(개인투자자)들이 FNC엔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 지난해 6월, 1만7000원 선에서 꿈적 않던 FNC엔터 주가는 유재석 영입 소식이 전해진 7월 16일, 개장과 함께 상한가(2만7000원)로 치솟았습니다. 그야말로 잭팟이었죠.

FNC엔터 소속 연예인인 정용화는 이 정보를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유재석이 자신과 한솥밥을 먹는다는 걸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였다는 거죠. 수사의 핵심은 의도성 입니다.

정용화의 타이밍이 기가 막혔던 건지, 축제는 보름 만에 끝이 났습니다. FNC엔터 주가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죠. 본격적으로 미끄럼틀을 탄 건 올해 1월인데요. “국민 MC랑 일하는데, 실적이 이것밖에 안 돼?” 하는 실망감이 커지면서 기관이 매물을 쏟아냈고 주가는 이내 1만 원대로 밀려났습니다. AOA 설현ㆍ지민의 ‘긴또깡 논란’이 일었던 이달 중순에는 1만2000원까지 주저앉았고요. 개미들 처지에서 보면 정용화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칼날을 던진 겁니다.

*자본시장법 174조(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내부자는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알고 이를 주식거래에 이용해선 안 된다.
-내부자는 회사 임직원과 주요주주 등으로 규정한다.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또는 회피손실)의 1~3배의 벌금형에 처한다.

주식시장에서 정보는 곧 권력입니다.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느냐가 승패를 가르죠. 그런 의미에서 ‘자본시장법 174조’는 정보의 불균형에 짓밟히는 개미들을 위한 방패입니다. 기업의 최종 결정권을 지닌 최고경영자와 그 결정을 의결하는 주요 주주를 투자전쟁에서 제외함으로써 정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거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검찰의 재소환을 받고, ‘알짜주’ 한미약품 연구원이 펀드매니저에게 정보를 흘린 혐의로 구속 기소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정보의 최전방에 있는 기업 IR담당자와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공인회계사 등은 늘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습니다.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미공개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 건 30년이 채 안 됩니다.1962년 증권거래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관련 규정이 없었죠. 1976년 개정을 통해 일부 보완되긴 했지만 ‘임직원 및 주요 주주의 공매도를 금지한다’에 불과했습니다. 운 좋게 얻은 정보쯤으로 여긴 거죠.

가닥이 잡힌 건 1987년부터입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에 대한 규정(증권거래법 105조 4항 3호)이 신설됐죠. 1991년 내부자 범위, 금지 규정이 구체화됐고, 2009년 자본시장법으로 개정되면서 지금의 틀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미공개 정보를 흘린 한미약품 연구원은 벌을 받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주식을 산 펀드매니저는 구제됐습니다. 올해 3월 A 기업 재무담당자는 유상증자 직전 지인에게 ‘우리 회사 주식 가지고 있어?’라고 물었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차이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아리송합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지금도 미공개 정보를 좀 더 구체화 하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영화 '작전')

“돈과 권력, 양손에 들고 있어야 진정한 1%가 되는 거더라고.”

영화 ‘작전’의 전직 조폭 황종구(박희순 분)의 대사입니다. 투자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돈은 물론, 권력(정보)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스크린 속 권력은 힘없는 개미들을 짓밟는 ‘검은 정보’로 정의됩니다. 오늘 정용화 소식을 접하고 개미들이 발끈하는 건 이 때문 아닐까요?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고, 권력(미공개 정보)을 이용해 1%(돈)에 오르려 했던 것에 대한 배신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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