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방문판매원 3500명 강제이동…대리점주에 피해
지난해 남양유업과 함께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행위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갑(甲)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대리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점으로 일방적으로 이동시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특약점이란 아모레퍼시픽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속대리점으로 헤라, 설화수 등 인기가 높은 고가의 화장품을 방문판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기존의 특약점을 늘린다며 지난 2005년부터 작년 6월까지 총 3482명의 방문판매원을 특약점주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이동시켰다. 기존의 특약점에서 다른 특약점으로 이동한 방문판매원은 2157명, 직영점으로 이동한 판매원은 1325명이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김성삼 총괄과장은 “시장구조상 특약점에게 방문판매원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이번 경우는 개별사업자인 특약점주의 중요한 경영요소를 아모레퍼시픽이 협의없이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특약점이 늘어나면 특약점주의 매출은 직접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점주들의 매출피해는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남양유업과 함께 문제가 됐던 ‘물량 밀어내기’ 등과는 별개의 유형이다.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에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특약점주가 입게 된 불이익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별도의 기준에 따른 최고액을 부과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2조6676억원에 달하는 아모레퍼시직의 매출에서 방문판매를 통한 비중이 19.6%에 달하는 점을 볼 때 부과된 과징금이 실제 피해액에 비해 다소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 피해를 입은 점주들에 대한 피해보상 내용은 별도로 규정되지 않았다. 하도급법과 달리 공정거래법에는 피해구제 규정이 없이 때문. 다만 이전까지 유사한 사례가 없던 것으로 향후 특약점주와 아모레퍼시픽간의 손해배상 소송 등 추가적인 공방에 중요한 참고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일부 피해점주(30여개 특약점)와 그간의 분쟁과 관련한 보상에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