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의 국내업체 M&A는 활발
지난해부터 국내 제약사에 대한 다국적회사의 인수합병(M&A)과 공동투자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 간의 인수합병 소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내 제약사간에는 인수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근화제약을 인수했던 미국계 제약사 알보젠이 드림파마도 인수키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드림파마와 근화제약의 주력 제품군이 중복 되지 않아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이라는 게 여의도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앞서 세계 제네릭 사업 1위 기업인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는 지난해 한독과 조인트벤처 기업을 설립, ‘한독테바’를 공식 출범시켰다. 일본 제네릭 1위 기업 니치이코제약은 코스닥 상장 바이오업체 바이넥스를 전격 인수하는 등 국내 제약사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의 투자가 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 간의 최근 인수합병 소식은 유한양행의 테라젠이텍스·엠지 인수 건과 녹십자의 이노셀 인수 정도를 제외하면 감감 무소식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는 2013년 기준으로 무려 265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36곳을 제외하고는 한해 매출이 1000억원도 되지 않는다. 20조원에 못미치는 국내 제약시장을 두고 나눠먹기를 하는 구조가 고착화 된 것이다.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포진해있다보니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싶어도 할만한 곳이 없다는 게 제약사들의 속앓이다.
연구개발팀 출신 CEO로 유명한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이사는 “인수합병이 논의되려면 1+1이 최소한 2는 돼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1.5도 안되는 상황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지 않는 이상 국내 제약사간의 인수합병은 늘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기술력이 좋은 대형제약사들 간의 인수합병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제약사는 전통적으로 오너십이 매우 강하고, 간혹 인수합병이 고려된다고 해도, 회사 대 회사 방식을 선호해 불발되기 일쑤다.
앞으로 활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수합병 이슈는 제약사와 강력한 기술력을 앞세운 바이오 벤처기업 사이의 매칭이다. 최근엔 바이오벤처가 역으로 제약사를 인수합병하는 이른바 ‘역M&A’가 일어날 정도다. 올 5월 젬백스&카엘의 삼성제약 인수나, 지난해 바이오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화일약품 인수, 2007년 HS바이오팜의 경남제약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연구개발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국내 제약사에 대한 해외 제약사의 인수합병 역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세계 11위에 달하는 만큼 국내 제약사의 탄탄한 영업망과 생산기술력은 이들이게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통해 기업체질이 개선되면 인수합병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연구개발을 통한 기업경쟁력 확보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