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박스권 탈출을 기대했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사흘 연속 사자에 나서며 증시를 이끌었던 외국인이 순매도세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악재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악재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8일 오전 11시1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26포인트(0.41%) 떨어진 2012.64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전날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다 2기 경제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작용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지루한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밤사이 날아든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 소식에 지수는 하루만에 하락 반전했다.
간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프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 여객기가 러시아 근처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추락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코스피 지수 역시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발동한 외국인이 자금을 거둬들이며 지수 하락을 이끄는 모습이었다. 이날 현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5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기관도 433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개인이 나홀로 982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수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리스크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우려가 서방세계와 러시아 간 충돌로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코스피는 하루 이틀 조정으로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16일과 이달 11일 터졌던 이라크 내전 사태와 포르투갈 금융불안 위기를 전후해 일시적으로 국내시장에서 자금을 거둬들였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은 국내 증시에 돌출적인 이벤트로 봐야 한다"며 "지정학적 요인은 지속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진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도“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소식은 러시아관련 우려를 단기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면서도 "한국 증시의 벨류에이션 매력이 양호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정책모멘텀이 개선 중이라는 점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원·달러 환율 우려가 경감돼 장기적으로는 국내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김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유럽과의 서프라이즈 인덱스 역전, 유로화 자금을 활용한 원화 표시 자산의 캐리트레이드 매력이 달러화표시 자산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유인을 높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