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캐피털 등 미국 주주들, 자사주 매입 재개ㆍ배당금 인상 압박
외국 ‘큰 손’들이 삼성 압박에 나섰다.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투자자들이 최근 회사에 배당금을 올리고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600억 달러(약 61조원)가 넘는 현금을 보유한 삼성이 주주환원 규모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 헤지펀드인 페리캐피털, 뮤추얼펀드업체 약트만자산운용과 아티잰파트너스 등은 최근 삼성 임원진과의 개별 면담에서 자사주 매입 재개와 배당금 인상을 압박했다.
스마트폰과 TV, 메모리 칩 등의 분야에서 매출기준으로 세계 최대 업체로 부상하며 현금은 날로 쌓여가지만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삼성이 주주환원에 있어서 인색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순이익의 7.2%를 자사주매입과 배당금 지급으로 환원했다. 이는 순익의 40%를 환원했던 2007년에 비해 훨씬 비율이 축소된 것은 물론 경쟁업체 애플과 인텔,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보다 뒤처지는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삼성의 지난해 배당률은 1%로 상기 3곳 경쟁업체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사주 매입은 2007년 이후로 끊겼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리서치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자본 지출 이후 올해에만 추가로 250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해 2015년 말에는 전체 현금보유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후반 42%대였던 삼성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현재 50% 이상으로 커졌다.
지난달 회사의 주가는 11% 떨어져 시가총액이 250억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스마트폰 판매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성장 둔화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주환원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삼성 주가를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와의 미팅에서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오현 삼성 부회장은 지난 3월 현금 보유분을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향후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려면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며 성장에는 투자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