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입력 2006-08-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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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앞두고 몸만들기 '분주'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화두는 단연 '자본시장통합법'이다. 그러나 말 속에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절박한 심정이 배어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은 각종 규제 완화 내지는 철폐다. 이를 통해 선진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을 국내에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잘만 준비하면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그나마 유지하던 경쟁력마저 상실하고 도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증권사들은 저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배경 설명을 빼놓지 않고 있다. 규모가 큰 증권사는 좀 더 확실한 수익원 창출을 위해, 중소형사들은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해외 진출도 서두르는 증권사도 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중소형증권사들의 경우 인수합병(M&A) 시나리오가 오가기도 한다.

한화증권 변화추진팀 박진환 과장은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자본시장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금융 빅뱅(Big Bang)을 유도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이는 증권업계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증권사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사, 몸만들기 분주

최근 현대증권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자산운용본부를 PI(자기자본 직접투자)본부와 파생상품본부로 나누고, 상품개발팀도 상품기획팀과 상품지원팀으로 분리 개편했다. 또 PI팀과 금융공학팀, 정보서비스팀 등도 신설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기자본을 이용해 돈이 될 만한 곳에 직접 투자는 PI본부를 신설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 PI부서 만든 것은 현대증권이 처음은 아니다.

대우증권은 지난 3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IB본부 내에 PI담당 임원을 두고 전담조직인 PI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특히 자본력 확충에 역량을 집중해 현재 1조8000억원인 자기자본을 2010년까지 5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우증권 PI팀은 현재 M&A, IPO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4월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해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PI업무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한국증권은 이를 통해 신용파생상품 등 각종 파생상품과 부동산관련투자, 유전·광물 등 각종 대안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또 국내증권사 최초로 베트남에 직접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하는 등 해외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운용사업부를 운용1사업부와 운용2사업부로 이원화하고, 운용대상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주식·채권·환·선물 등으로 대폭 확대키로 했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말 신탁업 전담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퇴직연금 파트를 지난달 퇴직연금사업부로 확대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중소형사, 서두르지 않으면 도퇴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더욱 분주한 곳은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되면 모든 증권사가 새롭게 인가 또는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가령 자본금이 적정수준이 도달하지 않는다면 인가를 못 받을 수도 있어 자칫 존폐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최근 증권사 사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특화되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는 매각이나 합병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들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해 조직개편과 특화영역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화증권은 대한생명, 신동아 화재 등 계열 금융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하여 시너지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한화증권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CMA계좌와 관련, 향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증권계좌의 결제기능 도입에 대비해 대표상품인 'Smart CMA’ 계좌를 계열보험사의 보험계좌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5월 최명주 사장이 취임한 이후 중소기업 전문 IB라는 특화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이노비즈(혁신형 중소기업) IB센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본부를 신설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 대상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CB 및 BW 발행 등에서 업계 수위권으로 뛰어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IB와 상품기획 업무를 강화했다. 기존 IB본부를 기업금융센터와 IB전략센터, 2개의 센터로 재정비하는 한면 기업마케팅팀과 프로젝트 파이낸스팀 신설해 M&A, 해외주식발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투자대상을 다양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기획본부 내 금융기획팀 신설해 금융상품기획 강화도 추구하고 있다.

SK증권도 지난해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 특화 금융투자회사’이라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

특히 IB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IB사업본부를 확대 개편, IPO와 M&A,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서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또 PEF와 장외파생상품 등 새로운 사업 영역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증권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장외기업 한주흥산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서울증권의 강찬수 회장은 최근 유진기업에 보유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본시장통합법 도입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을 감안할 때 대주주가 개인인 경우 자금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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