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헌법 해석 공식적으로 변경...군사대국 길로 가는 문 열어
일본 정부가 1일(현지시간) 내각회의(각의) 결정을 통해 집단자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했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신조 내각은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결정문을 의결했다.
각의결정문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으면 필요 최소한도로 실력을 행사하는 자위 조치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명시했다.
이로써 아베 내각은 1981년 5월 ‘일본도 주권국으로 집단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힌 스즈키 젠코 전 내각 답변서 채택 이후 33년 만에 헌법해석을 공식적으로 변경하게 됐다.
집단자위권은 자신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자국의 위험으로 판단해 무력을 사용해 반격하거나 저지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사실상 일본이 유엔의 사전 승인 없이도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가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집단자위권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개별국가의 고유권리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인 일본은 평화헌법 9조에 “국제분쟁해결 수단으로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영구적으로 포기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헌법 해석을 통해 이런 족쇄를 풀고 군사대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연 셈이다.
각의결정문에는 회색지대 사태(경찰과 자위대 출동의 경계에 있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자위대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빈틈없이 정비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사례로는 외딴 섬 등에 어민으로 위장한 외국 무장집단이 상륙하는 경우 등을 들었다. 일본을 방어하는 미군의 장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 변경에서 더 나아가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참의원과 중의원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헌법 조항을 개정할 수 있다. 2016년 여름 참의원 선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양원 선거를 동시에 치러 개헌에 필요한 정족수 확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집단자위권 반대 여론에 개헌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이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집단자위권 반대 의견이 50%로 찬성(34%)을 크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