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부도옹(不倒翁)' 한라 정인영 회장 별세

입력 2006-07-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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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정인영(86) 한라건설 명예회장이 20일 오후 2시경 숙환으로 서울 현대 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재계의 부도옹(不倒翁)'으로 불린 정 명예회장은 지난 8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불같은 정신력으로 휠체어 경영에 나서기도 하면서 경영의지를 불태웠었다.

지난해 매일 서울 신천동 본사를 찾아 경영을 직접 챙긴 그는 옛 한라그룹의 명예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향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로 활동하던 고 정인영 명예회장은 그의 형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요청으로 1953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

1961년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976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현대건설을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975년 말 중동 진출 당시 고 정주영 회장과 달리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형과 이견을 빚을때까지 현대그룹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과 독립해 한라그룹을 만들고 계열사로 한라건설·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만도기계 등을 거느리며 재계 서열 12위로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때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기도 한 그는 지난해까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옛 한라그룹의 명성 되찾기에 절치부심했었다.

고인이 된 정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오뚜기 기업인’, ‘재계의 부도옹(不倒翁)' 등으로 불리면서 실패를 모르는 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1980년 전력을 기울려 온 현대양행 창원공장을 정보의 발전선비 통합정책으로 빼앗기면서 큰 타격을 입고 무일푼으로 전락했으나 다시 만도기계를 국내 최대 부품사로 키워 재기에 성공했다.

또 198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그는 ‘휠체어 경영’이라는 불굴의 의지로 회사 경영사항을 직접 챙겼으며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았지만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통해 한라건설을 중심으로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현재 한라그룹은 고 정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몽원씨가 한라건설 회장을 맡아 재기를 꿈꾸고 있으며 큰 아들 몽국씨는 94년 아버지가 동생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경영에 손을 완전히 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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