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초동대응이 화 키워
특히 침몰 신고 시점부터 침몰시까지 2시간 넘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피해가 늘어난 것은 승무원 등의 잘못된 초동 대처가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배가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은 안내방송을 통해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 이동하지 마라”고 반복적으로 알렸고, 이를 들은 승객들이 선실에 그대로 머물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추정이다.
생존자들은 ‘이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는 방송이 나왔고, 점차 배가 왼쪽으로 기우는 1시간 동안 6차례 방송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를 통해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거나 구명보트를 찾아야 할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것이다. 한 생존자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선실에 있다가 창문 유리창이 깨지고 물이 쏟아져 들어와 밖으로 나왔다고 밝히고 있다. 상황판단을 흐리게 만든 안내방송이 승객들의 생사를 가른 셈이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들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과 비상탈출을 위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 대부분 스스로 찾아입고 선실밖으로 나왔으며 탈출 과정에서 승무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바람에 선장과 승무원이 먼저 탈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남소방본부가 최초 신고를 받은 오전 8시52분에 앞서 이미 1시간 전에 선체 이상이 감지됐다는 승무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증언이 맞다면 여객선 측은 점검이나 회항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운항을 계속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부 현장에 있던 어민들이 사고선박이 조난신고가 들어오기 1시간 전부터 정지해 있었다고 하는 주장도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최초 사고는 신고 시각보다 1시간 앞선 오전 7시 30분∼8시 사이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점이 증명된다면 배에 이상징후가 있었는데도 선장 등 승무원이 신고하지 않고 1시간 반이 지난 시점에서야 승객에 의해 최초 신고가 이뤄진 셈이다. 사고 신고도 선장이나 기관사 등 승무원이 아니라 승객의 연락을 받은 가족들을 통해 이뤄졌다.
또 세월호에는 모두 25명이 탈 수 있는 구명보트 46대가 실려 있었지만, 사고 이후 단 1대만이 가동됐을 뿐 나머지 45대는 그대로 가라앉았다.
한편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선장 이모(69)씨와 구조된 다른 승무원들을 상대로 인명 피해를 키운 초동 대처의 진위여부를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