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래리 페이지 CEO 회동… 화려한 글로벌 인맥 과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구글의 10년 특허 동맹에 ‘야전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엔 이 부회장이 그 동안 쌓아온 글로벌 인맥이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는 이 부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한 장면(사진, 뉴시스)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두 사람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말들이 뒤따랐다.
그로부터 9개월 후인 이달 27일 삼성전자와 구글은 광범위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기존에 가진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간 출원되는 특허까지 모두 공유하기로 했다.
구글은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5만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전자도 10만건에 달하는 특허를 갖고 있지만 반도체와 디바이스 분야에 몰려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걱정없이 제품 및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의 두터운 글로벌 인맥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영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에 단초가 된 것은 2007년 맡게 된 최고고객담당책임자(CCO) 직책.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CCO 명함을 들고 전 세계 유력 고객사의 CEO를 만났다. 2011년 아시아인 경영자 중 유일하게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초대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4월엔 보아오포럼 신임이사 자격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다. 당시 재계는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최고지도자가 외국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0월 미국 대기업 CEO로 구성된 비즈니스카운실에 정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75년 전통의 비즈니스카운실은 미국 주요 기업의 CEO들이 모두 모이는 비공개 모임이다. 비즈니스카운실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산업·금융정책에 대해 조언도 해준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최고경영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들은 상호 신뢰에서 비롯된 더욱 강한 파트너십을 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