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8개월 연속 동결됐다. 정부가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현 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경기에 대한 시각이 한층 긍정적으로 변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금통위는 9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김중수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고 1월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 방향 결정 시까지 현재의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금리동결 배경과 관련해 지난달에는‘저성장 지속으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표현이 이번 달에는‘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바뀌어 경제상황을 좀더 긍정적으로 진단한 것이 특징이다.
김 총재는 국내총생산갭(GDP갭·실제성장과 잠재성장의 차이)이 당분간 마이너스를 유지하겠지만 폭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또 앞으로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나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등에 의해 영향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김 총재는 오히려 미 테이퍼링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추세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엔화약세에 따라 우리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원·엔 환율은 세자릿수를 기록한 바 있다.
김 총재는 “엔저로 우리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며 “특히 기계류는 가격경쟁력에서 15%나 손해를 보고 있고 자동차와 철강도 5~8% 정도”라고 우려했다.
또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1.1% 상승에 그쳐 한국은행의 물가목표(2.5~3.5%) 하단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이는 공급 측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권의 금리인하 주장과, 골드만삭스 등 일부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날 금통위의 금리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씨티, HSBC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미 테이퍼링 실시, 경제성장률 가속화, 물가상승 등으로 이르면 올 하반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2012년 7월 3.00%로, 10월 2.75%로 각각 0.25%포인트 내리고서 동결 결정을 거듭하다가 정부가 추경을 편성한 작년 5월 2.50%로 한 차례 더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