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최근 한국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먼저 제주 FC 소속의 류승우(20)는 13일 독일축구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에 1년간 임대됐다. 지난 10일 2014 신인선수 선발드래프트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그가 3일 만에 제주 구단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류승우의 레버쿠젠을 임대를 놓고 ‘편법’과 ‘꼼수’의 의혹이 커졌다. 이미 레버쿠젠과 합의가 된 상황에서 제주 입단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프로축구(K리그)에는 일명 ‘5년 룰’이 있다. 국내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 리그로 바로 진출 시 5년 동안 국내 리그에서 뛸 수 없게 한 규칙이다. 문제는 이 룰이 국내리그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실력 있는 선수들 해외진출의 족쇄가 된다는 점이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유망주들로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행여나 해외에서 하위리그나 벤치 신세만 지다 국내 돌아올 경우 5년 동안 자국리그를 뛸 수 없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5년 룰’의 가장 큰 문제는 빅리거의 꿈을 가진 많은 선수의 꿈을 가로막는 사실이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패조차 소중한 경험이다. 그 경험과 노하우를 안고 국내 무대로 돌아오는 것도 K리그를 살찌우고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성과라 볼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미국 메이저리거 루크 스캇(Luke Scott·35)이 이번 시즌 자신의 몸값의 10분의1로 SK 와이번스와 계약을 했다. 올 시즌 275만 달러 연봉이었던 스캇이 30만(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 달러로 SK와 사인을 했다는 것을 사실이라고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스캇은 올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889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258, 안타 725개, 홈런 135개, 436개의 타점을 올리며 활약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당장 은퇴를 고려할 만큼 고령도 아니다. 그런 선수가 이역만리의 외지에서 ‘통큰 세일’로 국내 무대로 들어왔으니 ‘이면 계약’ 의혹의 시선이 앞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류승우 임대’와 ‘루크 스캇 30만달러 연봉’ 두 사건은 스포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스포츠에서 가장 소중히 지켜져야 하는 가치가 스포츠정신이다. 선수가 지든 이기든 간에 어떤 경우에도 인간적인 매너와 룰을 지키는 것이 스포츠정신이다. 경기에 임하기도 전해 ‘편법’과 ‘불법’의 의혹에 휩싸인다면, 누가 그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믿어줄까.
법은 지켜질 때 의미가 있다. 미래의 한국 축구를 이끌 꿈 많은 선수의 족쇄가 되는 ‘5년 룰’과 현실성 바닥인 ‘외국인 선수 연봉 30만 달러 상한제’는 당장 폐지돼야 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논리로 선수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은 국내 리그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