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줄고 업무량은 늘어 근로조건 악화
공공기관에 이어 최근 대기업 등에서도 시간제 일자리 창출 움직임이 일자 노동계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 6월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골자로 한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맹비난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노동계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을 잇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는커녕 근로기간 2년이 되기 전에 사업주가 계약을 파기해 오히려 실업자를 많이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계는 현 정부 및 기업들에서 제시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역시 새로운 일자리 유형 제시가 되지 못하고 기존의 단기 시간제 노동자와 다름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정부의 단기 시간제 노동자의 문제점을 덮어 주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간사는 “MB 정부 때 행정인턴 등을 만들어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되지도 않았고 단기 근로에 그쳤다. 시간제 일자리의 한계 역시 이와 유사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동일임금을 보장할 것이라고 노동계를 설득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생각은 다르다. 또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차장은 “시간제 일자리는 2010년 공무원을 중심으로 시범 실시하기 시작해 금융과 보건업종에는 이미 2011년 도입됐다”며 “보험업계 콜센터는 시간제 근무를 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제는 콜센터에서 시간당 임금을 주지 않고 콜 수로 임금을 준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임금은 줄겠지만 업무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제 일자리는 결국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일관된 시선이다. 삼성에서 시간제 일자리로 6000명을 뽑는다고 밝힌 이 시점에서도 노동계의 주장은 변함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가 국내 고용시장에 정착되려면 기존 일자리를 나누는 ‘잡 셰어링’이 아닌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