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자주 경기장 찾아 응원, 소통·화합 일궈내
지난달 29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당시에는 두산베어스가 삼성라이온즈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박 회장에게 여유는 없었다. 대신 ‘최선’, ‘끈기’, ‘노력’ 등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단어들이 그의 화술에 자주 언급됐다. 박 회장이 승리보다는 과정, 그 속에서 얻는 소통을 중시한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산베어스는 정규시즌 4위팀 사상 최초 우승을 눈앞에 두고 삼성라이온즈에 트로피를 내줬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박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과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보여준 박력은 대중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플레이오프부터 거의 매번 경기장을 찾았다. 야구에서 그룹의 회장이 이 만큼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박 회장이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사진 플래시는 경기장보다 관중석을 향했다. 일반 관중석에서 목청을 높이며 응원하고 트위터를 하는 박 회장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그는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지난달 31일 대구구장에서는 직접 덕아웃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박 회장은 당시 “오늘 이 자리에 승리만을 바라고 온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많은 사람들로부터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오늘 승리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공 하나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에게 승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배려가 묻어있는 격려였다.
박 회장은 평소에도 야구장을 자주 찾는 ‘야구광’으로 유명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라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스포츠 구단 운영이 단순히 그룹 이미지 개선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진정성 있게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박 회장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1982년 야구구단 창립 이후 매년 큰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양대 스포츠 산업마케팅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4개 스포츠리그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따르면 두산베어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694억원에 이른다. 마케팅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박 회장과 두산베어스가 보여준 모습은 이 보다 더 큰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단지 숫자가 중요할까. 박 회장이 보여준 야구사랑, 그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에 어떤 자취를 남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