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여피족’1990년대 ‘예티족’ 등장…전문성 갖춘 20~30 싱글 소비트렌드 주목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독신 남성 A씨. 연봉 6000여만원을 받는 고소득자인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또래보다 많이 벌기도 하지만 결혼을 한 친구들과 달리 양육비 등 다른 데 지출하는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가 시간에는 등산, 클라이밍 등 취미생활도 마음껏 즐긴다. 외모를 가꾸는 데도 아끼지 않고 투자해 동안(童顔)이라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내년에는 MBA 과정도 이수할 계획이다. 여자친구는 있지만 지금의 자유로운 생활에 만족해 현재까지 결혼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솔로 이코노미 개념이 탄생하기까지 독신을 바라보는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서정주 연구위원)에 따르면 싱글을 바라보는 관점은 과거에는 부정적이었으나 점차 경제적·현실적으로 변화했다.
고대시대에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 특별 세금을 부과하고, 선거권을 박탈했다. 또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의 불이익을 가했다.
17세기까지도 프랑스령 캐나다에서는 자녀들이 특정 나이(아들 20세, 딸 16세)까지 결혼을 못하면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가 1798년 ‘인구론’을 발표하자 독신에 대한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맬서스는 인구론을 통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인간은 식량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혼 연령은 높이고 출산율은 낮추는 것을 식량 부족의 해결 방법으로 제안했고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독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달라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0년대 여피족(yuppies), 1990년대 후반 예티족(yetties) 등 젊은 독신에 대한 용어가 미국에서 등장, 이들의 소비 트렌드에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게 된다. 여피족(young, urban, professional)은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며, 전문직에 종사해 고소득을 받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예티족(young, entrepreneurial, tech-based)은 주로 정보통신분야 종사, 기업가적인 마인드로 자기 계발에 힘쓰는 20~30대 젊은 세대를 지칭한다.
국내에도 1990년대 초반부터 언론상에 ‘싱글’, ‘독신’ 등의 단어가 등장, 2000년 이후 결혼 자체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시기까지 독신문화를 즐기는 ‘네오(新) 싱글족’이 출현한다.
이후 정·재계 글로벌 지도자들이 모여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이슈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일명 다보스포럼)에서 2007년 ‘교육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지닌 20~30대 싱글들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소개하면서 솔로 이코노미에 대한 개념이 형성된다.
그해 포럼의 싱글경제학 세션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부유한 도시를 지배하고 형성하는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지닌 20~30대 싱글들이며 이들이 소비 트렌드를 좌우한다’는 내용이 발표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또 지난해 2월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사회학 교수의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가 출판되면서 솔로 이코노미 용어가 본격적으로 논의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2010년 기준 미국 싱글들(singletons)의 일인당 연평균 소비액이 3만4000달러로 무자녀 및 유자녀 가족 일인당 소비액보다 높다고 했다. 또 고소득을 가진 싱글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솔로 이코노미가 등장하게 된 가장 중요한 배경은 가족구조의 변화다. 혼인 감소, 이혼 및 동거 증가 등에 따라 과거 부부와 아이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 형태와 달리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어난 것이다.
2010년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 전통적인 가족 형태(부부, 부부와 자녀)의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보다 낮은 48.4%를 차지, 더 이상 부부관계 위주의 가족형태가 대표적인 가구 형태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의 비율은 1970년 17.1%에서 2010년 26.7%로 증가했으며 한부모 가족의 4의 가구도 같은 기간 10.6%에서 18.1%로 늘었다.
한국도 비슷한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 4인 가구가 29.5%로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2010년 22.5%, 2035년에는 10%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1인 가구의 비율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3.9%, 2035년 34.3%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0년 현재는 부부+자녀가 전체 가구의 37.0%로 가장 많으나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4.3%를 차지, 가장 많은 ‘대세’의 가구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