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스마트폰 ‘삼국지’
◇1위 삼성…배경에는 ‘아이폰 쇼크’ 있었다 = 2009년 말 삼성전자는 ‘아이폰 쇼크’에 빠졌다. 애플에서 시작한 스마트폰 혁명이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를 사로잡을 때였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폰3’가 스마트폰이라는 본격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냈고, 후속 모델인 ‘아이폰3GS’가 기록적인 판매를 거두기 시작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애플에게 ‘질’과 ‘양’에서 모두 참패했다. 2010년 상반기에 들어서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어두웠다. 아이폰에 대적하기 위해 윈도 기반의 ‘옴니아’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전자에게 애플은 올라갈 수 없는 나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황은 1년 6개월여 만에 극적으로 역전된다. 2011년 10월,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가 애플의 아이폰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제품 출시 당시 4.8%에 머물렀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애플을 추월하면서 23.4%로 솟구쳤다. 아이폰 쇼크에 빠진지 2년, 갤럭시 론칭 1년6개월 만이었다.
아이폰과의 본격적인 승부는 2011년 4월 선보인 ‘갤럭시S2’부터다. 결국 같은 해 3분기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업체로 등극했다. 갤럭시 시리즈는 갤럭시S(2500만대), 갤럭시S2(4000만대)에 이어 갤럭시S3(4100만대)로 이어지며 2년 7개월 만에 1억대 판매를 돌파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2011년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를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바꿔놓았다.
갤럭시노트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팔렸고 후속 모델인 ‘갤럭시노트2’는 불과 2개월 만에 500만대가 팔리면서 ‘패블릿(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이라는 새로운 제품군도 창출해 냈다.
갤럭시 시리즈의 선전은 혁신에서 시작했다.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명확하게 판단한 삼성전자의 전략적 승리다. 무엇을 만들어야 팔리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싸움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추격하는 LG, 부활 노리는 팬택 = 스마트폰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에서 참패를 맛본 LG전자의 성장세도 최근 들어 뚜렷해졌다. 지난달 18일 LG전자는 '옵티머스G 프로' 가 국내 판매 100만대(공급 기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100만대 돌파에 걸린 기간은 단 4개월. 하루 평균 판매량은 8000대 수준으로 LG전자가 내놓은 휴대폰 중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아직까지는 삼성과의 격차가 크지만 과거와 달리 LG의 추격세는 만만치 않다. LG전자는 출시 2개월도 안된 옵티머스G 프로에 파격적으로 밸류팩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면서 초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밸류팩은 눈동자 인식기술 ‘스마트 비디오’, 촬영자까지 화면에 담는 ‘듀얼 카메라’ 등을 추가했다.
옵티머스G 프로가 시장에서 크게 호평을 받는 것은 △디스플레이 △감성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세계 1위 LTE 기술력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1위 삼성전자가 자리를 굳히는 동안 LG전자는 추격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5.5인치 풀HD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기존 HD급보다 해상도를 두 배 끌어올렸다. 풀HD 화면으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입체적 UX도 대거 탑재했다.
이 같은 노력은 북미시장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옵티머스G 프로에 대해 100점 만점에 77점을 줬다. 이는 아이폰5, 갤럭시노트2와 같은 점수다.
휴대성을 제외하고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옵티머스G 프로는 패블릿 중에서 갤럭시노트2와 함께 가장 평점이 높았다.
팬택 역시 한때 주춤했던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팬택은 최근 북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를 통해 LTE 스마트폰 ‘퍼셉션’을 출시했다.
퍼셉션은 팬택만의 혁신 기능이 담긴 LTE 스마트폰이다. 팬택이 2010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던 모션인식 기능이 탑재됐다. 터치하지 않고도 손동작만으로 전화받기, 음악재생, 화면 넘기기, 단축번호 불러오기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삼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것도 팬택의 전망을 밝게 한다.
팬택은 지난 5월 삼성전자로부터 팬택의 총 발행주식 10%(5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로써 팬택은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하며 경영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