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아프리카 개도국 등 늘어… 기업 차원 공감대도 점차 확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 투명성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대 수준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법과 규정을 제정할 때에 이러한 국가표준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ISO 중앙사무국에서 지난 2012년 8월~10월 ISO 163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4개국이 ISO26000을 원안대로 국가규격으로 채택했다. ISO26000 국제 및 국내 간사기관인 KSA(한국표준협회) 측 설명에 따르면 이는 설문조사에 응한 77개국 가운데 60%에 달하는 수치다.
17개국(23%)은 ‘채택 준비 및 계획 중’이라고 답했고, 채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나라는 13개국(17%)이었다.
ISO26000 발간 직후인 2011년엔 영국과 독일, 프랑스, 핀란드, 벨기에 등 유럽지역 국가들의 채택이 두드러졌다. 이듬해 2012년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멕시코,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5개국이 ISO26000을 채택했다.
채택을 진행 중인 나라도 적지 않다. 바레인과 방글라데시, 도미니카공화국, 가봉,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폴란드, 베트남 등 14개국이 지난해부터 준비 중이다. 여기에 쿠바와 캐나다,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등 6개국도 채택 또는 채택 진행 중인 것으로 KSA 측은 추정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개발도상국 가운데서도 ISO26000 국가표준을 채택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알제리와 과테말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온두라스, 가나, 케냐, 레바논, 말라위, 오만, 파나마, 페루, 탄자니아, 우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ISO26000을 따르고 있다.
이는 ISO26000 개발 과정에서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참여한 데다 발간 이후에도 개도국에서 수차례 워크숍을 개최해 이해를 높인 까닭이다.
정은주 KSA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전통적으로 유럽 나라들의 채택률이 높긴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많은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확장세”라면서 “동남아 일부와 중동국가 일부가 아직 채택하지 않았지만 개별 국가마다 사정이 있어 채택 시기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채택국가가 늘면서 ISO26000 책자도 다양한 언어로 발간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영어는 물론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몽골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24개 언어로 된 책자가 나와 있다.
이미 선진국과 개도국 다수가 채택했고 다양한 나라로의 보급 기반이 갖춰진 탓에 ISO26000의 전망도 결코 나쁘지 않다. 특히 일부 글로벌 대기업들은 협력사에게 사회적 책임 활동을 요구하고 그 준수 및 실행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국가를 넘어 기업, 조직 차원에서 ISO26000을 따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대돼가는 추세다.
정은주 센터장은 “ISO 26000이 인증표준이 아닌 지침표준이면서도 표준 판매량이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표준), 31000(리스크관리 표준) 다음으로 많고 웹 방문자도 많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가 ISO26000을 기준으로 법이나 규정을 만들고,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에도 방향성은 ISO26000이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책임 표준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확대돼 ISO26000 채택률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