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해법은]‘노동 사각’ 여전한데… 고졸 채용바람 솔솔

입력 2013-05-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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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제대로 못 받고·성추행도, 잇따른 안전사고에 불안감 가중… 정부·재계는 “학벌보다 능력” 타령

▲삼성전자 직원이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고등학생 대상 채용설명회 ‘삼성전자 고졸 커리어 포럼’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사에서 몇 달째 월급을 안주는데 어떻게 하죠?” “작업장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는 상사 때문에 고민이예요.” 국내 포털 커뮤니티에 고등학교 실습생의 처우와 관련해 올라와 있는 고민들이다. 작업 현장으로 투입된 고교 실습생들에게 놓인 열악한 환경은 여전하다.

정부는 청년 실업률 해결을 위해 청년인턴제, 고졸채용, 스펙타파 등의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고용이라는 양적인 측면에서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노동이라는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성년이 되기 전 또는 성년을 맞이하며 일자리를 찾아 나선 청소년들은 노동 3권의 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지난 정부는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고졸채용 지원에 나섰다. 특히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기업들과의 협력관계를 내세워 큰 관심을 받았다.

전문가들 역시 고졸채용이 장기적으로 채용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졸 채용과 확산되는 분위기가 잘 형성되면 학벌보다 능력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로 간다”며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생길 것이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도 한 몫 했다. 지난해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고졸채용의 바람은 점차 대기업에게서도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들은 올해 채용키로 한 12만8000명 가운데 고졸 학력자 채용은 지난해보다 4000명(9.4%) 증가한 4만7000여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졸채용 질이 우선돼야

그러나 문제는 채용의 양이 아닌 질이다. 성과에 매달린 정부가 각종 정책의 채용 확산에 나섰지만 채용 이후 노동권과 인권의 보호에는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고교 실습생 김모 군이 뇌출혈로 쓰러진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김 군은 지난 8월 말부터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주·야간 맞교대와 격주 주말 특근 등 주당 평균 54시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기준법상 미성년자는 하루 8시간·주당 46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없다. 뒤늦게 고용노동부는 사건 이후 ‘현장실습제도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에는 업체와 학생의 근로계약 체결과 학교의 현장실습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하루 7시간 근무와 주 2일 휴무를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감독부실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울산 앞바다의 작업선에서 근무하다 실종된 홍모군은 전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회사는 공기단축을 위해 미성년인 학생들에게 초과근무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정책의 주체가 되는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2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 대학생과 중고교생의 86.3%는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부모 중 92.6%도 자녀에게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때문에 고졸채용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는 그동안 무조건 대학을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졸취업률 3년째 ‘요지부동’

아울러 전 정부동안에 걸쳐 진행된 고졸채용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2월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조사 5차연도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취업자 중 고졸 취업자의 비중은 2008년 37.3%에서 2011년 30.4%로 6.9%포인트 감소했다. 또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졸자 고용률은 지난 2007년 62.7%에서 2009년 60.9%로 감소했으며 2010년부터 3년째 61.4%를 기록하고 있다. 고졸채용 정책의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은 취업담당 교사와 학교에서 배우는 프로그램 및 실습의 수준이 좀 더 높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통계로 잡히는데 한계가 있다”며 “일자리 수는 정해져 있지만 앞으로 구성이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대학은 공급과잉이고 고졸자는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직하는 경우가 아직 많지 않다. 대졸자 공급이 줄고 고졸자 공급이 늘어나면 수급이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10대의 주된 일자리 통로인 아르바이트에서도 지속적으로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노동부는 청소년·대학생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 919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789개(85.8%) 사업장에서 275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거나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하는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어긴 사업장이 589곳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임금 체불, 수당 미지급 등 금품 관련 위반을 한 사업장도 388곳(42.2%)에 달했다. 이 같은 표면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도 성추행 등의 개별적인 사례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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