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 총재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17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까지 편성하는 상황이지만 당정청의 정책공조 요청에도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김 총재의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주효했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2.3%를 전망한 정부와 확연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이날 김 총재는 언론을 통해 “경제 성장세가 개선되는 상태며 성장 잠재력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다”며 경기 낙관론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재의 경제 낙관론은 17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설명자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 한은 자료는 국내 경기가 지난해 4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금융완화 기조의 장기화에 따른 우리경제의 불균형 발생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할 때마다 김 총재가 저금리 등 금융 완화의 문제점을 들고 나온 만큼 이는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내외 경기지표는 김 총재의 경제 낙관론과 엇갈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은 1월 -3.8%, 2월 -0.9%로 두 달 연속 줄었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1월 -15.6%, 2월 -18.2%로 낙폭이 컸다. 광공업생산은 전년동기보다 고작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출은 1월 10.9% 늘었다가 2월 8.6% 줄고 3월 다시 0.4% 확대되는 등 등락을 반복했다. 반면 한은이 상승 우려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1.3%로 전월의 1.4%에 이어 1%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또한 전년동기대비 6개월째 하락세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경기지표 또한 주춤한 양상이다. 유럽 역시 ‘키프로스’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7%를 기록한 상황에서 수출주력 경제인 우리나라의 경기가 대외여건에 힘입어 개선될 것 같지 않다”며 김 총재의 낙관적 시각을 꼬집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또한 “한은의 경기전망이 국내 경기지표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임 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2.18%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외에도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세미나를 통해 “7분기째 성장률이 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상승 우려로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부절적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총재의 이같은 ‘나홀로’ 낙관론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 전문가는 김 총재의 경제 낙관론이 통화정책에 반영돼 정부정책과 엇갈릴 경우 경기진작이 요원해질 뿐만 아니라 자칫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