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역풍 우려해 그동안 소극적 자세…중국에 대한 주변국 불안 반영
인도네시아 정부가 남중국해와 인도와의 접경지역, 대만 등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을 모두 자국의 영토로 표기한 중국의 새 여권에 항의했다고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마르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이 새 여권을 발행한 수주일 뒤에 자카르타 주재 중국 대사관에 외교문서를 보내 항의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의 새 여권에 대한 항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탈레가와 장관은 “중국 측에 새 여권이 영토주장을 펼치는 도구로 사용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져 경제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을 가장 우려해왔다.
지난해 11월 중국이 새 여권을 공개하자마자 베트남 등 주변국이 강력히 항의했다.
심지어 새 여권에 천연가스가 풍부하며 인도네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있는 나투나제도도 중국의 영토로 표기됐음에도 당시 인도네시아는 반응을 자제했다.
여권 논쟁이 터진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이런 사실을 공개한 것은 경제력은 물론 군사 방면에서 힘을 키우는 중국에 대한 주변국, 특히 남중국해 관련 국가들의 불안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S라자라트남 국제학 학교의 리스티언 아트리앤디 수프리얀토 해양안보 전문가는 “인도네시아는 중국과의 긴장 고조가 자국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가뜩이나 중국보다 해군력이 못한 가운데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면서 남중국해 분쟁에서 인도네시아가 질수 있는 리스크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군사력 확대는 물론 남중국해에 대한 강경한 자세로 인해 인도네시아가 예전과 같은 소극적 자세를 보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다만 나탈레가와 장관은 “다른 나라도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의 부상이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올 수 있지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위협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