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순매도는 그리스 재정위기이후 최대 규모
최근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그리스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순매도 금액 중 절반가량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키프로스 사태를 계기로 강화된 안전자산 선호심리도 한 원인이지만, 선진국 대비 부진한 신흥국의 경기회복세가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께 코스피 상승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주식시장의 전반적 강세는 신흥국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조율되는 2분기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外人, 지난주 亞서 27억달러 순매도…韓서 '절반' 팔아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7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규모는 작년 5월 그리스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한국,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국 7개국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7억3천200만 달러였다.
이는 작년 5월 셋째주(14∼18일)에 이들 7개국에서 외국인이 27억1천만 달러 어치를 순매도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주 외국인이 아시아 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나타냄으로써,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됐다.
앞서 외국인은 이들 7개국에 대해 작년 11월 넷째주(19∼23일)부터 이번달 둘째주(3월 4∼8일)까지 총 16주 연속으로 순매수를 보여왔었다.
나라별로 살펴볼 때, 지난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한국이었다.
외국인은 지난주 한국 주식시장에서 총 13억1천600만 달러를 팔아치웠다.
아시아 7개국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전체 규모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약 48%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셈이다.
한국 다음으로는 대만(11만9천만 달러), 태국(2억1천700만 달러), 인도네시아(9천600만 달러), 필리핀(9천300만 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주 아시아 주요 7개국 가운데 인도(1억7천200만 달러)와 베트남(900만 달러)에서 유일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베트남이 다른 아시아 신흥국보다 성장여력이 충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식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다"면서 "베트남의 상황만 보고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주식시장 부진…"키프로스보다 펀더멘털 문제"
최근 2주 동안 외국인이 신흥국의 주식시장을 외면한 주요 원인은 키프로스발(發)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키프로스 금융위기로 인한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점도 신흥국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의 원화 가치를 살펴봐도 지난 11일 1,094.8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전날에는 1,110.80원까지 오른 상태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뿐만 아니라 엔화나 유로화도 약세로 돌아서는 등, 달러 대비 상대적 위험자산들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키프로스 사태와 같은 일회성 요인보다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서 신흥국 주식시장 약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브릭스(BRICs)를 포함한 신흥국 전반에서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역별 펀드 자금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20일부터 최근 한 달 동안 한국, 브릭스, 중국, 중남미 지역 등 신흥국 시장에서 총 11억7천만달러가 순유출됐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펀드시장으로는 326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이에 대해 유 연구원은 "키프로스 사태의 리스크 확산은 부수적 문제이며, 이보다 현재 중국 등 신흥국들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기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어 투자 매력도가 저하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주식시장 약세 원인은 복합적이다.
키프로스 금융위기라는 공통적 악재 외에도 엔저, 북한 리스크, 뱅가드 이슈 등 내부적 특수 요인들까지 겹치면서 유독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작년 말(11월 30일) 대비 지난 24일 기준으로 미국(9.2%), 일본(8.2%) 등 주요국뿐만 아니라 베트남(17.9%), 태국(11.0%), 인도네시아(8.13%) 등 신흥국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에 한국의 수익률은 -6.9%였다.
신흥국 주식시장의 본격적 반등은 오는 5월께 가능할 전망이다.
유 연구원은 "최근 선진국의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과열됐고, 신흥국의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시장이 눈높이를 조정 중"이라면서 "올 2분기 중후반을 기점으로 선진국 대비 신흥국이 강세를 띨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임 연구원은 "오는 4월 초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양호하다면, 국내 수출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식시장 강세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