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빈세 '판도라 상자' 열리나]신흥국, 자본시장 뒤흔드는 핫머니 제어 '공감'

입력 2013-02-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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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2009년 도입… 대만, 선물거래에 0.004% 세율 적용

신흥국에서 토빈세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일본의 엔저 촉진 등 선진국이 자국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신흥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

선진국이 초저금리 기조 유지 등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단기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으로 몰릴 수 있다.

이는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또 핫머니는 1994년 멕시코의 금융위기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등 90년대 신흥국에서 일어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 투기세력이 신흥국에 투자했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는 것.

토빈세의 궁극적 목표는 이런 핫머니의 유출입을 제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흥국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브라질은 지난 2009년 10월 토빈세를 도입했다. 2009년 당시 브라질 헤알 가치가 미국 달러에 대해 36%나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토빈세를 채택한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주식·국채 투자를 목적으로 외환 거래를 할 때 세금을 매겼다. 이후 지난 2011년 12월 주식에 대해서는 과세를 중단했으나 국채 부문의 세율은 2%에서 6%로 단계적으로 높였다.

대만은 지난 1998년 선물거래소 설립 당시부터 선물 거래에 세금을 부과했다. 처음 선물 거래에 세금을 부과했을 때는 세율이 0.05%였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선물시장이 크게 발전하지 못하자 지속적으로 세율을 낮춰 현재는 0.004%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 2009년에는 환투기를 금지하기 위해 외국인들의 정기예금 예치를 금지시키는 강경책도 구사했다.

말레이시아는 토빈세보다 더 직접적이며 엄격한 자본통제를 실시했다.

지난 1998년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이 자국 증시에서 벌어들인 돈을 1년간 빼낼 수 없도록 하고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는 등 강력한 자본통제를 실시해 아시아 외환위기 타격을 덜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1년 1월 외국인이 자국 은행과 외환 파생상품거래를 할 경우 10%의 예치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실시하는 등 토빈세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1년 4월 주요 20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53국의 경제학자 1000명이 전 세계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를 도입해 신흥국의 발전 기금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펼친 이후 토빈세가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제 투기세력을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빈곤국을 도울 수 있는 수단으로 토빈세가 유용하다는 것을 경제학자들이 강조한 것이다. 이에 토빈세에 ‘로빈후드세’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들 경제학자들은 서신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규제되지 않은 금융이 얼마나 위험한지와 더불어 금융 부문과 사회의 유대 관계가 깨졌음을 보여줬다”면서 “금융산업이 사회와 유대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다시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신은 “외환거래의 0.05% 미만을 세금으로 걷는다 치더라도 막대한 규모의 세원을 확보할 수 있어 투기를 잠재우고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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