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걷기 시작한 영세·중소기업들이 하나 둘씩 넘어지고 있다. 발을 헛디뎌서(내부 사정), 길가의 턱에 걸려서(대외 환경), 그 이유도 다양하다. 내년 경기침체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불편한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좀 처럼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다.
이에 자금순환을 위한 금융지원,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지원, 인력 확보를 위한 인재양성 기회마련 등 이들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내년 예산이 지난 2003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며 6조6000억원으로 편성된 것도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대선 후보자들도 넘어진 이들에게 다가가 달콤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무엇’을 해주겠다는 것만 장황할 뿐 ‘어떻게’ 적용하는 지에 대한 방법론이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관련 정책들만 100여개가 넘어 어떤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는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는 기관 관련직원의 하소연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단적인 예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유출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중소기업중앙회는 12개 지역본부에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대부분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은 대기업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일부 지역 신고센터의 경우 지난 3월 설치된 이후 단 한 건도 신고가 없었다.
금융지원도 별반 다를바 없다. 정부는 6조원이 넘는 예산으로 수출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충분한 지원을 다짐하고 나섰지만 정작 현장의 기업들은 신용리스크로 금융권 지원 받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각 금융회사들이나 보증기관들도 부실관리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지원을 해줄 수 없는 곤란한 입장이다.
‘9988’. 중소기업을 일컬을 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 고용과 생산기준으로 88%를 차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이 단어를‘전체 기업 99%의 중소기업들이 팔팔(88)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어떨까. ‘무조건·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닌 실질적 지원내용을 간파하는 시각과 제 때 내미는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