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일동제약의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경영권이 취약한 일동제약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동아제약을 제치고 최초로 매출 규모 1조원대인 업계 1위로 도약하게 된다.
지난해 동아제약의 매출은 9073억원이었고 녹십자와 일동제약을 합칠 경우 1조374억원 규모가 된다.
녹십자는 시간외 매매를 통해 일동제약의 주식 177만주를 취득했다고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환인제약이 보유했던 주식을 녹십자가 146억원에 매입하면서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주식 15.35%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날 증시에서 일동제약은 가격제한폭까지, 녹십자는 1.44% 올랐다.
일동제약은 최대주주인 윤원영 회장 외 15인의 보유 지분율이 27.16%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인 이호찬씨 외 4인이 12.57%, 피델리티가 9.99%, 안희태씨 외 5인이 9.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M&A설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은 녹십자가 이호찬, 안희태 씨 등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을 확보하면 일동제약을 어렵지 않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순태 녹십자 사장은 최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를 전향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녹십자는 삼천리제약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동아제약에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녹십자는 백신과 같은 바이오의약품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일동제약과 같은 복제약(제네릭) 분야에 주력하는 업체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약값 인하로 거의 모든 제약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났지만 녹십자만 유독 뛰어난 실적을 보였다.
녹십자는 백신·혈액제제에 특화된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약값 인하 등 여파로 제약업계에 구조조정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을 볼 때 두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녹십자는 단순투자일 뿐이라며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경영진에 우호세력으로 입지를 굳힌 다해도 약가인하 등 악재가 계속되는 한 M&A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