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살려라 특명 받았는데 시장상황은 녹녹치 않아
LG전자의 중국 사업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이번 인사에서 중국지역본부장에 임명된 신문범 사장이 고민에 휩쌓였다. 잘 해낸다면 LG전자 중국 사업의 성공 신화로 남을 수 있지만, 못 해낸다면 결국 전임 본부장들 처럼 밀려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시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전임 본부장들의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임 중국지역본부장인 남영우 사장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신임을 얻으며 중국 사업 강화라는 중책을 맡았다. LG전자는 전 세계에 8개의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데 지역본부장을 사장급으로 임명한 건 당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남 사장이 중국지역본부장을 맡은 후 휴대폰, TV 등 대부분의 제품군의 점유율이 점점 하락했다. 결국 1년5개월만에 중도하차했다. 그 전 중국지역본부장인 조중봉 부사장도 1년6개월여 동안 중국 사업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자진사임한 바 있다.
신문범 사장은 새로운 중국지도부가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LG전자의 중국사업 터닝포인트를 위한 인물로 낙점됐다. 그는 해외영업담당과 인도마케팅을 총괄하는 등 그룹 내에서 ‘보따리 장수’로 통할 만큼 영업에 능통하다는 평가다.
LG전자 관계자는 “신 사장에게 중국법인장을 맡긴 것은 영업강화를 통해, 신사장이 만들어왔던 HA의 1등 DNA를 전분야로 확장시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이 안고 있는 부담감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는 게 LG전자 안팎의 분석이다.
최근 LG전자의 중국 사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중국 26개 사무소에서 감원을 시작했다. 관리직과 판매영업직 대상으로 인원 감축에 나서며 구조조정 직후 대부분 사무소에는 10명 이하의 직원들만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판매영업직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인력 효율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제품 수를 줄이고 수익성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력 조정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3.4%였던 점유율은 2011년 1.6%로 줄었다. ZTE, 화웨이 등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급성장하면서 저가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렸다.
세계 2위인 TV도 중국에서 힘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LG전자의 중국 지역 TV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최고 전성기였던 2010년 3분기(5.4%) 대비 3.6%포인트나 하락했다.
LG전자의 전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8.3%에서 2011년 7.6%, 2012년 3분기 누적 7.2%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