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가격의 '불편한 진실']겨울옷 한벌이 월급수준… "옷값, 얼마나 믿으세요?"

입력 2012-11-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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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입점 단계서 3~5배 뻥튀기… 광고비·수수료·재고처리비도 붙어

의류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아웃도어와 일부 남성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곧 나올 올해 성적표가 신통치 않는다는 데 업계 대부분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같은 불황에도 옷값은 여전히 비싸다. 특히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1차 유통시장에서 왠만한 겨울코트 하나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도 50만원 이상은 기본이다. 유명 브랜드로 겨울옷 한벌을 장만하려면 한 달 월급이 고스란이 나간다는 얘기도 들린다.

옷값은 왜 비쌀까. 불황이 계속되면서 연초부터 중저가 캐주얼과 남성복 업체들이 가격을 내렸고,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브랜드가 대세로 자리잡아 평균 옷값이 싸졌는데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의 올해 움직임은 일시적 할인행사가 아니라 아예 마진폭을 줄이며 거품 빼기에 나선 것임에도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황에도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남겨야 할 마진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옷값의 원가는 사실 그리 비싸지 않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원가가 20만원을 넘진 않는다. 옷값은 제조사에서 백화점으로 상품이 넘어가는 단계에서 제조원가의 3~5배까지 높아진다. 광고료와 판촉비, 백화점 수수료 등 부가되는 돈들이 다 옷값에 붙는다. 특히 백화점의 파워가 막강한 우리나라는 옷값에 매겨지는 기준이 백화점에 맞춰져 있어 더 비싸게 느껴진다.

재고처리 비용도 옷값에 들어간다. 유통과정에서 유행과 시간의 흐름을 계산해 정상가와 할인가의 판매비율도 정한다. 생산량의 30%만 정상가에 판매되고 나머지는 백화점 세일과 아웃렛, 홈쇼핑 등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팔려나간다. 10벌을 생산하면 정상가는 3벌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 할인된다. 결국 이 3벌이 업체를 먹여 살린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도 의류업체들은 정상가에 팔 수 있는 백화점에 입점해야 한다. 전체 매출의 35% 이상이 백화점에서 나오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백화점을 중심으로 옷이 팔리는 건 집객(소님을 끌어들이는)효과가 높아 안으로 들어가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등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30~40%의 수수료를 주고서라도 백화점에 입성하려는 이유다. 하지만 옷값은 비싸진다.

비싼 옷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SPA는 어떨까. 옷값의 고공행진에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손해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인기있는 브랜드일수록 한국에서의 위상이 높아지자 슬금슬금 가격을 올린다. SPA 브랜드 자라는 최근 케이프 스타일 다운점퍼 등 일부 제품 가격을 2만원가량 인상했다. 또 다른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 역시 울트라 스트레치 진이라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청바지 가격대보다 2만원가량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

물만 건너오면 현지보다 가격이 확 뛴다. 본지가 직접 분석해 본 결과 SPA 제품 중 일부는 가격이 현지 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옷값의 비밀을 세 페이지에 걸쳐 다룬다. 왜 비싼지, 그 이유를 유통 방식과 경로를 따라 분석했다. 의류 재고에 대한 새로운 생각도 담았다. 재고값을 백화점과 마트, 대리점을 찾는 고객들이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저가 의류 SPA의 고가 정책도 살펴봤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추워지면 입어야 할 옷은 더 늘어나지만 가격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옷값의 비밀을 알아 이번 겨울 현명한 소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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