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장 취임 5달, 정중동 속 주요 계열사 현안은 직접 관여
#이달 중순 삼성 서초사옥 본관 로비. 한 손님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최지성 실장에게 기자가 몇 가지 현안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다가갔다. 최 부회장은 경계의 눈빛을 보이며 말을 아꼈다.
다음 달이면 취임 5개월 째를 맞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행보가 전임 실장들에 비해 꽤 다르다. 밖으로 보여지는 ‘말’은 최대한 아끼고, 말없는 ‘행동’은 최대한 보여주고 있다.
먼저 밖으로는 너무 조용하다. 과거 이학수 실장과 김순택 실장 등이 이건희 회장의 말을 옮기고 굵직한 발언들을 내놨던 것과 다른 행보다.
최 실장은 지난 6월7일 깜짝 인사를 통해 그룹 2인자가 됐지만 “안녕하세요”, “드릴 말씀 없습니다” 등 외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공항에서도 그렇고 수요 사장단 회의에 앞서 서초사옥 본관 로비에서도 그렇다. 그 스스로도 “이회장의 그림자 역할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달리 외부 활동은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호앙 쭝 하이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최지성 실장이 함께 했다. 그동안 삼성에선 이건희 회장이 외부 인사와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엔 대부분 해당 계열사 CEO가 배석해 왔다.
최 실장은 지난 달 11일에 이 회장이 홍콩에서 중화권 최대 갑부인 리카싱 청쿵 그룹 회장을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배석했다.
그룹 주요 계열사의 현안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이달 초에 최지성 실장은 윤부근, 신종균 등 삼성전자 사장들을 따로 불러 회의를 가졌다. 최 실장은 “최근 실적은 괜찮지만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애플과 벌이는 특허소송도 최일선에서 대응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처럼 최지성 실장이 전임 실장들과 다른 이유에 대해 근본 태생이 다르다는 점과 이건희 회장의 특명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 비서실은 1995년 처음 생긴 이래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변모했지만 그 수장들이 대부분 재무나 기획 등에 잔뼈가 굵어 ‘관리·기획형’으로 분류된다. 오너와 계열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주로 했다. 그러다 보니 직접 발로 뛰기 보다는 말로 지시하는 쪽이 더 맞았다.
반면 최지성 실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이자 영업·마케팅으로 기반을 다진 실전형이다. 전세계를 누비며 직접 발로 뛴 현장경영 덕분에 ‘보부상’, 혹은 ‘독일병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건희 회장이 최지성 실장을 전격 미래전략실장 자리에 앉힌 것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실전형 CEO’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가 직접 그룹 계열사 업무를 총괄하고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전계열사에 심는데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최 부회장이 직접 외부로 목소리를 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