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기·직권조사”… 문 “계열사도 과징금”… 안 “부당이익 환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인의 대선 후보는 재벌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감몰아주기’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후보들은 일감몰아주기가 기업총수 일가의 부의 대물림과 편법적 기업승계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율이 100%인 계열사는 삼성그룹이 9곳으로 가장 많았고 LG와 GS가 7곳으로 2위, 현대차가 3위였다.
일감몰아주기 채널은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많았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율이 100%인 재벌 계열사 79개사 중 상장사는 한 곳도 없었다. 2010년에도 67개사 중 상장사는 2곳에 불과했다. 내부거래 비율이 70% 이상인 211개사 중 상장사도 13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주회사가 많았다. 나머지 198개가 비상장사다.
이처럼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계열사 중 비상장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비상장사가 상장사와 달리 비판과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는 외부에서 공시의무를 비껴갈 수 있고 주주총회나 사외이사 제도 등의 견제장치가 없어 일감몰아주기의 좋은 채널이 된다.
문제는 이같은 비상장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오너 등 대주주의 사익 추구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비상장사 내부거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총수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며 “역으로 비상장사 지원이 상장사로서는 기회 상실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업보다 총수일가 제재에 초점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재벌총수와 지배주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 후보는 일감몰아주기가 새로운 대기업의 출현을 막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문 후보는 “대기업 노동자 비중이 30%에서 50%에 달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는 겨우 10%밖에 안 된다”며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일감 몰아주기가 새로운 대기업 출현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일감몰아주기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고치지 않음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와 과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부당지원으로 손해를 본 게열사뿐 아니라 이득을 얻은 계열사에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이익을 얻은 총수일가에 대한 과세가 엄정하게 이뤄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계열사 부당지원 및 일감몰아주기로 인해 수혜을 입은 기업에 대한 부당 이득을 환수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지배주주에 대한 과세 강화를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박근혜 후보 역시 조만간 발표할 경제민주화 공약에 일감몰아주기 근절 대책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후보보다 더 강력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는 평소에 일감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정기조사나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위법성이 뚜렷하면 형사 고발까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이 마련한 일감몰아주기 금지 법안의 강도도 세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법안은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목적의 계열회사 신규 편입 금지, 총수 일가 개인회사 일감몰아주기 차단, 일감몰아주기 적발시 강제주식 처분이나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유력한 대선주자 3인 모두 재벌그룹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천명하고 있어 누가 되든 다음 정부에서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