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행복한 노후를 위한 여가활동"

입력 2012-09-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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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에서 은퇴 후 화가로 변신한 박 모(72)씨는 여가 시간에 취미로 시작한 그림을 통해 활기찬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어떤 취미든 30년 이상 한 우물을 파면 길이 보인다고 했다. 기술과목 교사였던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게 30대 초반이니 어느 덧 40년이 훌쩍 넘었다. 그림이 인연이 돼서 그는 한 지방자치단체 산하 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취미로 은퇴 후 제2의 직업까지 얻은 셈이다.

은퇴 이후의 여가는 현역 시절의 여가와 의미가 다를 뿐만 아니라 중요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현역 시절에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직장 생활 등으로 바쁘게 지내기 때문에 여가 시간은 일로부터 해방되는 짧은 즐거움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일상생활 자체가 곧 여가 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문제는 은퇴 생활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은퇴 후 취미나 여가활동에 대한 준비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가족, 일, 주거, 재무 등 7가지 부문에 걸쳐 은퇴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가에 대한 준비는 100점 만점에 56.1점에 그쳤다. 특히 연령층이 높을수록 준비도가 낮게 나타났는데, 60대 이상의 경우 49.4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TV 시청으로 보내게 된다. 통계청‘2011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71.4%가 주말이나 휴일과 같은 여가 시간에 주로 TV 시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60세 이상 은퇴자들이 TV 시청에 쓰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27분(통계청 생활시간조사, 2009년)으로, 여가시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물론 TV 시청 역시 여러 여가활동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많은 시간을 TV 앞에서 보낸다면 은퇴 생활은 자칫 무료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은퇴 후 여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첫째, 가족, 취미, 건강, 사회활동 등으로 여가시간에 대한 ‘행복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노후 삶의 행복은 여러 방면으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 지나치게 한 분야에만 매달리기보다 시간과 노력을 골고루 배분하는 것이 좋다. 둘째, 단시간의 즐거움이 아닌 일정한 경력을 가질 수 있는 여가활동을 추구해야 한다. 여가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여가를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라고 하는데, TV시청이나 잡담, 산책 등과 같은 ‘캐주얼 여가(Casual Leisure)’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진지한 여가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난관을 극복해가면서 여가와 관련한 장기적인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연구팀이 65세 이상의 은퇴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자원봉사활동이 수명을 4년이나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봉사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늘려 자신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등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가활동은 은퇴한 다음 여유가 될 때 시작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실제와 다르다. 지금부터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은퇴 이후에는 더욱 어려워진다. 현역시절부터 취미나 여가활동을 계획하고 개발해야 노후 여가시간을 생산적이고 행복하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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