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금융만평] 강만수의 감회

입력 2012-09-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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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게 최근 우리나라와 KDB산업은행의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만수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아시아 회장을 만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1986년 뉴욕 주재 재무관 재임 시절 강 회장은 메릴린치 회장을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방문도 못하고 거절당했다고 한다.

강 회장에게 굴욕을 줬던 이들 세계은행은 이젠 산업은행보다 신용등급에서만큼은 한 수 아래가 됐다. 산업은행은 국제신용평가사 기준으로 모건스탠리보다 두 단계,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보다 무려 다섯 단계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는 강 회장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강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무디스로부터 주요 선진국 중 최고등급인 HSBC와 동급인 Aa3를 부여받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며 “한국을 무시했던 세계은행들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것이라고는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기자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산은금융그룹은 세계 71위다. 여전히 세계 금융회사와 경쟁하기에는 소규모여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누구보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던 강 회장에겐 절실히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지난해 강 회장이 우리금융그룹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대형은행) 추진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미국 뉴욕 출장 때 미국에 진출해 있던 금융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것도 국내 금융회사의 규모가 너무 작아 현지 금융회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 현지 한 금융관계자는 “미국 대형은행들이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을 이루기 있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세계 4대 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은 이들 대형 은행에 대접을 받듯이 국내 금융회사 간 합병을 통한 규모성장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서로 경쟁하기에는 국내 금융시장은 좁다.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로 무조건 메가뱅크 탄생을 반대하기보다 해외로 눈을 돌려 그 필요성을 논의해봐야 한다. 세계 금융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최고등급에 걸맞은 자산규모의 성장이 있어야 한다.

강 회장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메가뱅크의 꿈을 일부에서 단순한 개인의 욕심으로 치부하기에는 지금의 금융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동남아를 벗어나 미국이나 영국의 선진금융시장을 공략하려면 메가뱅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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