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시인 고은과 만났다.
12일 동국대 경주캠퍼스 백주년기념관에서 '나의 삶 나의 문학'을 주제로 열린 국제펜(PEN)대회 문학포럼에서 소잉카와 클레지오, 고은은 각각 '분노' '만족' '애도'를 문학의 원천으로 꼽았다.
나이지리아 태생인 소잉카는 "글을 쓰는 것은 늘 기쁜 일이지만 고통이 따르는 일"이라며 "고통은 내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민감하기 때문에 온다"고 운을 뗐다.
그는 프랑스가 사하라 사막에서 핵실험을 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그때 나는 내가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느껴 글을 썼고 이후에 아프리카에서 다른 폭탄이 터지지는 않았다. 적어도 시민으로서 작가로서 무언가 했다는 해소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것은 현재의 사회가 가진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작가에겐 해소되지 않은 것이 있고 (이것을 써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내가 그렇게 했고 그렇게 해서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클레지오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대의나 타인이나 인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며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 글을 써왔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아주 더운 여름에 첫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썼다기보다 '조크' 같은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상을 받았다. 작가가 되려고 준비하거나 결심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작가가 됐다"고 말을 이었다.
클레지오는 "내가 글을 쓸 때는 조그맣고 장식도 없는 방에 전등만 켜져 있고 누가 읽어줄지도 알 수 없는 두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런 글쓰기와 (작가의) 독서, 출판, 편집자 등이 모두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고은은 한국전쟁과 이후의 민주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가책'이 있다는 얘기로 시작했다.
고은은 "그들의 죽음이 살아있는 내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나는 그들의 말을 듣는 귀를 통해 문학을 멈추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나 혼자로는 의미나 무의미가 다 쓸모없을 것"이라며 "나는 내 시의 본질을 '애가'라고 정하고 있고 내 문학은 애도의 문학이기도 하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