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최근 한일 갈등 기류에 당황”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내달초 중국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인접한 한국과 일본은 들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영유권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 기류에 휩싸인 한일 관계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클린턴 장관이 내달 4, 5일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8~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들르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의 방중은 지난 5월초 미중전략경제대화 이래 4개월 만이다.
클린턴 장관의 중국 방문은 오는 10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리커창 상무부총리 등 차세대 지도자들과의 면담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는 현지 외교 소식통을 인용, “미국과 함께 G2(주요2개국) 반열에 오른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들이 부상하는 중요한 당대회를 앞두고 미국의 외교수장으로 현안을 점검하는 의미가 짙어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들은 클린턴 장관이 시리아, 이란에 대한 대응 등 미국 중국간 견해를 조율하는 한편 일본과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남지나해의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도 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내정 중인 시리아, 핵개발을 계속하는 이란에 관해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달 14일 중동 문제를 놓고 첫 차관급 회담을 열었지만 논의는 평행선으로 끝났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다시 중국 측에 이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해 시리아 정세의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클린턴 장관인 이번 일정에서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톡에 인접한 일본과 한국을 건너뛴다는 데 대해선 의구심이 적지 않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본에게 최근 분쟁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과 함께 공동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해왔다”면서 “(클린턴 장관 순방 때 동중국해 문제 등도) 물론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 정부로서는 최근 한일 갈등 기류에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단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한일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한국과 일본은 애초부터 클린턴 장관의 순방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한·일, 중·일 간 갈등 봉합 여부와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미국의 역할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APEC 정상회의에 대통령 선거 일정이 바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는 것이다.
이번 APEC에는 최근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정상들이 자리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