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직 영화 감독은 말했다. “꿈에서라도 밟아보고 싶은 곳”이라고. 국내 영화 시장 규모에서 한 작품이 동원할 수 있는 흥행 수치의 마지노선은 1500만 명 수준이다. 단순 비교로 봤을 때 ‘1000만’ 흥행이란 타이틀이 쉽지 않음을 짐작 할 수 있게 만든다. 때문에 3년 만에 등장한 1000만 영화 ‘도둑들’의 기세에 시선이 쏠린다. 13일 현재 ‘도둑들’은 923만 7515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끌어 모았다. 역대 흥행 순위 6위다. ‘도둑들’보다 앞선 한국 영화의 주인공들은 누가 있을까.
개봉 당시 이 영화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괴물’의 비주얼이었다. 기존 괴물 영화와 달리 봉준호 감독 ‘괴물’은 괴물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 낮 한강 고수부지를 내달리는 ‘괴물’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흥행도 충격적이었다.
2006년은 영화인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한해였다. ‘괴물’과 함께 한국영화계를 평정한 ‘왕의 남자’가 있었으니 말이다. 특이 이 영화로 대한민국을 들썩인 이준기의 발견은 엄청난 수확이었다. 물론 ‘사극도 돈이 될 수 있다’를 증명한 ‘명장’ 이준익 감독의 공도 컸다.
이 영화 기획 당시 일부 영화인들은 “가능하겠나”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에서 전쟁 영화란 장르는 그 만큼 미개척분야였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뤄내며 한국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그렸다. 장동건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장르 자체가 재난 블록버스터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이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은 할리우드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빌딩만한 쓰나미가 해운대 백사장을 뒤덮는 장면에선 실사를 의심케 했다. 한국의 영화 기술력의 한계를 불식시킨 국내 최초의 재난 블록버스터다.
한국 영화 최초의 1000만 돌파 기록을 갖고 있는 영화다. 충무로 맨파워에서 최고 자리를 지켜온 강우석 감독의 연출작이다. 실제 역사 사건을 바탕으로 그린 팩션극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개봉 이후엔 영화 속 부대원 가족들의 상영금지 신청에 시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