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영업이 지금처럼 힘든 시기가 없었습니다. 기준금리가 갑자기 내려가 고정금리 상품을 팔았던 고객들에게 항의를 받는가 했더니 이제는 아예 지점에서 제시한 금리를 못 믿겠다며 은행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요. 은행은 금리가 장사밑천인데 어떻게 헤쳐나갈지 앞이 캄캄합니다.”
41개월만의 기준금리 인하, 은행들의 CD담합 의혹, 차별적인 가산금리 적용….
연일 금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금리 불신(不信)시대’가 되버렸다. 금융소비자들도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은행원 조차도 금리를 못 믿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졌다. (관련기사 13~16면)
금리는 일선 영업점이 장사를 하는 무기다. 금리를 매개로 상품을 팔고, 대출도 해주고 고객과 상담도 해준다. 이런 금리가 예상치 못하게 변하고, 불신을 당하자 은행원 조차도 곤경에 처한 것이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월 0.25%포인트낮춘 연 3.0%로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에선 대출고객들에게 고정금리 상품을 권했다. 금리 상승기조가 우세했던 이유도 있었고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0년 말 5% 대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지난 4월에는 11.6%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한 달 사이에 분위기가 역전되면서 이제 금리 하락기조가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기준금리를 낮추더니 은행권과 증권사의 CD금리 담합 논란이 금리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4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3.54%에서 꼼짝하지 않았던 CD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와 담합조사 여파로 지난 23일 기준 3.20%까지 하락했다.
이 와중에 이른바‘금리 덤터기’의혹이 제기되면서 은행원들 사이에서 금리 얘기는 꺼내는 게 더 조심스러워졌다. 변동금리 상품을 권하자니 금융당국이 무섭고, 반대로 고정금리 상품을 팔자니 금리예측을 할 수 없는 딜레마레 빠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판매도 어렵지만 금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고객들은 어떻게 설득하냐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