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처만 남긴 KTX민영화 논란

입력 2012-07-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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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정치경제부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수서발 KTX(고속철도) 민영화를 통한 경쟁체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해 말 서울-수서발 KTX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이후 6개월여 만에 사실상‘백기’를 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정치권과 철도노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정치권은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연말 대선에 쏟아질 표심만 보고 있으며 철도노조는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실무책임자인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이 “실무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고 이미 자체 동력을 상실했다”고 토로했겠는가.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동부, 두산, 금호 등은 이미 타당성조사와 설계용역으로만 30~50억원의 비용을 투입했고 국토부 역시 사업초기 연구용역을 비롯해 공청회, 홍보비용 등으로 업체들 이상의 혈세를 투입했다. 게다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하락과 기회비용, 핵심인력 운용 비용 등은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손해다.

물론 계속 추진할 거라고 해명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하 공기업인 코레일 노조마저 장악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고 사업추진의 필수적인 정치권 설득마저 실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론의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 남겨 재추진할 경우에도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전부터 “모두 안 된다는 민영화를 국토부만 된다고 외치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고 있음을 시사해 왔다.

결국 국토부 홀로 안될 정책을 들고 여론을 앞세운 코레일과 정치권의 논리에 이리뛰고 저리뛰다 포기해 버리는 유약한 모습만 보인 셈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부에 대한 불신, 소통의 부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아쉽게도 현 정부는 추진동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국토부, 정치권, 코레일은 진정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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