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구두쇠 경영 캠페인
증권가 역시 와이셔츠와 넥타이, 단정한 슈트 차림으로 상징되는 증권맨들의 복장에 쿨비즈(Coolbiz) 바람이 거세다. 정부 기관과 많은 기업들이 7월을 전후해 복장자율화를 실시하는 반면 금융가에서는 5월말을 전후로 일찌감치 냉방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구두쇠 캠페인에 한창이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비용 절감을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 한달이나 앞당겨 반소매 출근 = 우리은행은 반소매 하계 근무복을 한 달여 앞당겨 지나달 16일부터 착용을 시작했다. 우리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무더워진 날씨 탓에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직원들의 업무능률도 감소하는 것 같다”면서 "이 같은 이유 등으로 하계근무복을 최대한 일찍 착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직원들 인건비 외에 들어가는 각종 운영 비용을 아끼면 수익 감소분을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심정으로 자원 절약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여름 은행권에서 최초로 하계 유니폼을 도입한 신한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남성 행원과 여성 행원 모두 유니폼 착용을 시작했다. 국민은행도 은행의 CI색을 반영, 노란색과 갈색으로 여성 행원용 하계 유니폼을 제작, 상·하의 각각 2벌씩 지급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일부터 하계 티셔츠 착용을 시작했다.
삼성증권·유진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하나대투증권·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달들어 노타이 하절기 복장을 시작했다. 과거 회사 정문에서 복장 검사를 할 정도로 엄격한 규정을 강조하고 있는 대신증권도 현재 노타이와 반소매셔츠 차림의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복장 자율화 기간을 6월 부터 9월로 규정해놓았다. 삼성증권은 2007년 노타이를 허용했으며 2008년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규정화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여름 복장 허용 기간은 6월1일부터 9월21일"이라며 "지점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은 재킷을 기본으로 무리하게 튀지 않으면서 정장보다 편안하고 일반 캐주얼보다는 격식있는 복장을 착용할 수 있다"고 했다.
◇카드사, “아끼고 아껴라”…긴축경영 바람= 최근 카드사들은 마케팅비 등 사업비를 줄이고 부가서비스 축소를 예고하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 낭비 요소를 최대한 줄이면서 아낄 것은 아끼자는 취지에서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카드수수료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추후 가맹점 수수료 인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치솟고 순익은 줄어들었다. 경기둔화 여파로 연체 채권이 새로 늘면서 지난 3월 말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2.09%로 지난해 말보다 0.18%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 상승 탓에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26.9% 감소한 34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카드업계는 대면 채널보다는 비용이 덜 드는 온라인을 활용한 고객 모집 등 온라인 마케팅 강화에 나서는 한편 인쇄용지·소모품 등 각종 사무용품 절약운동까지 펼치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또한 고객에게 전달되는 명세서를 우편이 아닌 e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적극 독려 중이다.
최근 BC카드는 ‘페이퍼리스 제도’를 도입했다. 신용카드 결제 영수증을 원하는 고객에게만 발급해주는 시스템이다. 우선 주요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에서 시행하고 대상을 점점 넓힐 계획이다. 페이퍼리스 제도가 전 카드사로 확대되면 한해 수천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BC카드에 따르면 영수증 발급으로 지난해 국내 전 카드사가 지출한 돈이 약 2700억원에 이른다.
◇“이익 잔치 끝났는데”한숨 푹푹’= 이같은 금융권의 긴축경영 바람은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은행들은 하이닉스, 현대건설 매각 등 일시적인 이익 잔치가 끝나고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로 은행이 버는 돈) 감소로 올해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율이 2010년 말 이후 최저치로 낮아졌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가계대출 수요가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4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동향’에 따르면 은행들의 잔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연 5.93%로 지난 3월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잔액 기준 평균 예금금리는 연 3.05%로 전달과 같았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차장은 “가계대출 감소세로 인해 마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줄고 은행들도 예대율 규제 등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