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배우 정상윤 인터뷰
◇두 번 맡았다간 ‘큰일’
“재치가 넘쳐요. 농담을 얼마나 잘 하는지…” 정상윤에 대한 여러 관계자의 평을 한 데 모으면 정확히 다섯 글자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유.쾌.한.남.자’다. 반듯한 외모와 정확한 발음 등에서 냉정함이 느껴지지만 그 뿐이다. 무대 밖에선 농담에 능한 장난꾸러기가 바로 정상윤의 본모습이다.
적어도 ‘블랙메리포핀스’의 한스를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한스는 심리추리극 ‘블랙메리포핀스’의 처음과 마지막을 담당하는, 극의 중심 캐릭터다. 명망 있는 변호사이지만 유년시절 겪은 블랙메리포핀스 사건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매일 밤을 술로 지새우는 알코올 중독자다. 무겁고 어두운 아우라를 가진 한스를 만난 정상윤은 먼저 얼굴에 웃음기부터 거뒀다.
“원래는 저 전혀 안 그래요. 장난도 잘 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지금 어두운 건 캐릭터 때문인 것 같아요. 한스가 많이 어둡잖아요. 자기를 스스로 많이 감추고 제어해요. 스스로 많이 갇혀있는 인물이에요. 연습을 하기 전에, 무대에 오르기 전에 계속 자기 최면을 걸어요. 한스의 긴 독백을 공연장에 오는 내내 외우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상까지 그늘이 지기 시작한다. 지난해 결혼한 새신랑인데 좀 곤란하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밝아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공연 초반 1개월은 밝고 명랑한 뮤지컬 ‘파리의 연인’과 ‘블랙메리포핀스’에 동시 출연했기 때문에 ‘블랙메리포핀스’에서의 어두운 기운을, ‘파리의 연인’에 출연하러 가는 길에 모두 뺐다.
“감정적인 소모가 많은 공연이다 보니까 한 번 연습을 열심히 하고 나면 한동안은 쉬었다가 다시 연습을 해야 해요. 캐릭터를 계속 생각하다보면 가라앉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어둡게 연습하다가 배우들끼리 있다보면 장난치고 분위기가 또 굉장히 밝아요. 빨리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한스에 빠져있다보면 너무 가라앉을까봐 걱정돼요.”
◇미스터리한 마성의 남자
연기하는 배우마저 겁이 날만큼 어두운 남자 한스. 그의 ‘블랙’ 매력은 객석에도 강렬하게 전달됐다. 뚜껑은 연 ‘블랙메리포핀스’는 여타 소극장 공연들처럼 재관람 관객의 비율이 상당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블랙메리포핀스’의 장르다. 추리극에게 스포일러는 가장 치명적인 독이다. 그런 추리극을 다시 보겠다고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든 매력은 바로 배우들의 열연에서 찾을 수 있다. ‘블랙메리포핀스’의 첫 번째 입소문은 바로 “배우들 연기가 죽여~”였다.
“추리극이라 걱정했는데 재관람 관객들이 많아요. 배우와 관객의 호흡이라는 게 바로 소극장의 매력이거든요. 매번 관객들이 반응이 조금씩 달라요. 객석의 분위기를 보고 공연을 수정하는 재미도 있죠.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다행이고, 더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한스는 대체 어떤 녀석인가’를 두고 수다 떨 수 있게…. 재미있잖아요.”
정상윤이 열연 중인 심리추리스릴러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7월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 1930년대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란첸 슈워츠 박사의 대저택 화재사건. 대형 화재로 인해 대저택은 물론 시체마저 모두 훼손된 이 화재사건은 세간에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는데 그 이유는 박사의 연구조교이자 입양된 4명의 아이들의 보모였던 메리 슈미트가 자신은 전신화상을 입어가며 입양된 아이들을 극적으로 구출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메리는 실종되고 아이들은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건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단순 화재 사건으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메리의 알리바이가 의심받게 되는 증언이 생기며 그녀는 살해 용의자로 쫓기게 된다.
△기간:7월29일까지 △장소:대학로 아트원시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