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내용 재탕 평가…금리 자유화 등 핵심 조치 선행돼야
중국이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금융산업의 개방을 확대하고 있으나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금융감독관리위원회(CBRC)는 최근 금융산업 분야에서 민간자본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CBRC는 “민간기업들의 지방은행 지분 보유 허용범위를 20% 이상 늘리고 저소득자를 위한 소액대출사업기관이 일반 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농촌 은행 설립 문턱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CBRC의 발표는 국영은행 독점체제를 깨는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으나 민간기업인들과 전문가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광둥성의 소액대출금융업체 완수이마이크로론의 조 장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개혁은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면서 “소액대출기관의 일반 은행 전환 시도는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저장성 원저우에서 신용보증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펑페이린은 “새 가이드라인은 기존 내용의 재탕”이라며 “은행 인수가 가능한 민간 자본 기준은 여전히 매우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9년에도 새 가이드라인과 비슷한 조치가 발표됐으나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센룽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발전연구실 연구원은 “CBRC 조치는 국영은행의 독점체제와 중소기업 자금난 등 중국 금융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금리 자유화와 은행 대출의 행정적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부 민간투자자들은 정부 정책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사업을 할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금융산업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은행들이 금리를 정할 때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대출 규모 등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시에 따라 정한다.
일각에서는 경기둔화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정부가 민간자본에 국영은행들의 부실자산을 떠넘기려는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