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논란 커지자 일부 항목 제외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공개 항목 일부를 수정키로 했다.
하지만 이미 폭력학교로 낙인 찍힌 학교가 있고 일부 공개 항목을 수정하기로 한 후속 대책도 여전히 학교를 줄세우고 있어 현장의 반발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전수조사 자료 가운데 피해 응답률(조사에 응한 학생 가운데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 비율)과 일진 인식률(일진회가 있다고 답한 학생 비율)을 공개 항목에서 제외하고 학생들이 실제로 응답한 수치만 공개한다”고 22일 밝혔다.
피해 응답률과 일진 인식률은 전체 대상학생이 아닌 응답한 학생을 기준으로 비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학생이 조사에 응해 모두 피해를 입었거나 일진이 있다고 응답하면 해당 학교 피해 응답률 등이 100%가 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 19일 밤 12시를 기해 △학교명 △학생 수 △응답 수 △회수율(%) △피해 응답 수 △피해 응답률(%) △일진 인식 건수 △일진 인식 비율(%) 등 13개 항목에 대한 전국 1만1363개 학교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자료 공개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20일 밤 12시께 기존에 공개한 자료에서 논란이 된 피해 응답률과 일진 인식율을 삭제한 뒤 수정한 자료를 다시 공개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일부 항목을 삭제하고 공개한 자료에도 조사 응답자와 피해 응답자의 수, 일진 인식 건수는 그대로 나와 있어 피해 응답률과 일진 인식률을 누구나 계산할 수 있다.
교과부의 이같은 행태를 두고 교육 현장의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애초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조사를 해놓고 보완책도 엉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폭력을 감추려고 소극적으로 조사에 응한 학교들은 회수율이 낮아 피해 학생 수나 일진 응답 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뻔히 부작용이 예견되는 부실한 자료를 공개한 것 자체가 문제다. 이미 폭력학교로 낙인 찍힌 마당에 내놓은 대책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과부가 이번 조사 자료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해 전체 학교의 경향을 파악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전체적인 경향성을 파악하고 비교할 때 쓰는 백분율을 활용한 것부터가 문제”라며 “백분율이든 수치든 학교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공개할 가치가 없는 자료”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회수율이 높은 학교가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조사방식이나 공개항목 및 시기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응답자가 0명이거나 회수율이 10% 이하로 나타난 학교에 대해서 시·도교육청별로 경위를 조사하고 실태조사를 재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