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법경영을 위해 자산 규모 3000억원 이상 상장기업에 준법지원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상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재계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기업들은 준법지원제 자체를 반대하며, 시행하더라도 자산 2조~5조원의 대기업에만 준법지원인 고용 의무를 지우자고 주장했다. 경제계, 학계, 법조계는 각각 2조원, 5000억원, 1000억원 등 적당한 자산 수준을 제시하며 타협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법조계의 의견만을 두둔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정권은 친기업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기에 집권 초 기업들의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전봇대가 한번에 뽑히면서 그 기대는 증폭됐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권 초만해도 자유로운 기업 환경이 조성될 꿈에 부풀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경제 정책 때문에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하소연 한다. 기다린 법인세 인하는 결국 무산됐고, 업종별로 진입장벽이 생겼으며,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역시 폐지됐다. 대신 고용 관련 투자에 세액공제를 확대한다지만 이번 준법지원인제로 필요하지 않은 인력 고용을 기업에 강제하면서 고용관련 세액공제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말한다.
2011년 11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은 2.9%인 반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6.8%다. 심각한 청년 실업으로 기업에 신규 채용을 압박하고 있는 정부가 신경쓸 필요없는 법조인의 밥그릇을 기업 책임으로 강제하려 한다며 정부의 이중적인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여기에 대한변호사협회가 기름을 부었다. 변협은 자산총액 3000억원 이상의 규모로는 코스닥 상장사의 윤리적 경영을 감시할 수 없다며 ‘코스닥 먹튀’를 방조하는 이번 상법시행령 개정안을 기업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자산 3000억원 이상은 전체 상장사의 52.9%로 코스닥 61곳, 유가증권 상장사 387곳 등 총 448곳이다.
나그네의 코트를 벗기는 방법은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다. 기업들은 이미 자율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중복된 제도로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옷을 벗고자하는 기업의 의지를 반감시킨다. 스스로 옷을 벗게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현 시점에서는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