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브릭스서 투자자금 150억달러 유출…노동인구 감소로 장기 성장률 둔화
“브릭스의 시대는 끝났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4대 신흥국)’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이 같이 선언했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일 ‘브릭스 10년 반의 위대한 변혁(The BRICs 10 Years On: Halfway Through The Great Transformation)’이라는 보고서에서 노동인구 감소로 장기적으로 브릭스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브릭스에는 7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고, 주가는 뉴욕증시 S&P500지수의 4배 이상 상승했다. 경제성장률도 미국의 4배에 달했다.
그러나 올들어 브릭스의 쇠퇴 양상은 선명하게 나타났다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다.
MSCI브릭스지수는 올해 23% 하락하는 등 브릭스 관련 투자신탁에서 사상 최대인 15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MSCI브릭스지수는 2001년 11월~2010년 9월까지 S&P500지수를 390포인트나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5개 분기 연속 S&P500지수를 밑돌았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브릭스는 2050년까지 미국·일본 같은 경제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예상을 나타낸 이후 최장기 부진이다.
금융시장조사업체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적어도 1996년 이후 최대다.
인도에서는 40억달러, 중국에선 36억달러, 브라질에서는 22억달러, 러시아에서는 3억2600만달러가 각각 유출됐다.
마켓필드자산운용의 마이클 샤율 회장은 “투자자들은 신흥 시장에 대해 사태가 개선되기 전에 악화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HSBC 프라이빗뱅크의 알주나 마헨드란 아시아투자책임자는 “유럽 채무 위기에 따른 유동성 저하로 브릭스지수는 내년에 추가로 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브릭스의 성장 둔화는 내년 상반기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에 비해 기업수익은 임금 상승과 금리 상승, 환율 변동 등의 악재로 인해 저조했다. 금융완화 효과는 내년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분기(7~9월) 브릭스 4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년간 최악이었다.
골드만삭스의 도미니크 윌슨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참여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에 주목, 브릭스 4국의 잠재 성장세는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릭스 4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 6.1%로 2007년의 9.7%에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릭스에서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은 대유럽 수출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당국의 긴축정책이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인도는 1935년 이래 가장 급격한 금리 인상과 통화 루피 약세로 성장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또 생활필수품 수요 급증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성장세를 이어온 온 브라질과 러시아는 금속 가격 하락과 중국의 성장 둔화로 타격을 입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