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패소에 전액 산정' 맹점…공정위 관련 법률 개정 추진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들의 과징금 이자 잔치 사례는 시내전화 사건뿐만이 아니다.
2일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05년부터 2010년 3월까지 법원의 일부 패소 판결을 받은 61건에 대해 환급가산금 32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패소한 부분의 과징금에 해당하는 환급가산금 108억96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백억원의 세금이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이자로 제공된 것이다.
감사원은 또 공정위가 일부 과징금을 직권 취소하는 경우 취소되는 과징금에 대해서만 이자(환급가산금)를 지급해 형평성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5월 정당하게 부과된 과징금까지 환급가산금이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공정위에 통보했다. 비합리적으로 국고를 축내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담합업체 과징금 계타기 금지법’을 준비중인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쟁점 사안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
◇ 일부 패소해도 과징금 전액 환불 불가피 =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실은 법원의 판단 내용이 무었든 간에 법원이 과징금 부과 처분 전부를 취소해 버리는 이상, 공정위로 부터 납부받은 과징금 전액을 환불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법원이 일부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행정부인 공정위의 고유 재량이어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과징금 납부 의무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원의 부과 처분이 취소됐음에도 소급해 과징금 부과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저촉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형식논리’에 불과할 뿐 법을 개정해 얼마든지 불공정한 행위를 한 기업들에 수억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는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상 재부과 과징금액을 공제한 차액에 대해서만 환급가산금을 산정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과징금 전액에 대해 환급가산금을 산정해 반환하고 있는데 관련 법규정을 추가하면 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한 법원 판결에 따라 과징금 전액을 환불한 후 다시 산정해 징수할 경우 법 집행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우려했다.
가령 과징금 10억을 부과 받은 담합 업체가 법원의 일부 취소 판결을 받을 경우 공정위는 우선적으로 과징금을 전액 돌려주고 과징금을 다시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전액을 돌려주고 재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부과 시점에 늦어짐에 따라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채무에 대해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들이 생기는 등 과징금을 징수하지 못할 확률은 자연히 높아진다.
◇ 부당 이득에 추가로 이득 제공하는 꼴 = 공정위는 경쟁 질서의 형성·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하는데 반해 법원은 사업자의 권리구제를 중시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민·형사법과 달리 아직까지 판례가 확립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다루는 경쟁법은 복잡한 경제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므로 패소사건이 일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경쟁법 사건의 상고심 파기율(고법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되는 비율)은 평균 23.9%로 일반적인 행정사건 평균 6.3%에 비해 매우 높다. 따라서 패소될 때마다 매번 환급 가산금을 돌려준다면 막대한 세금이 셀 수밖에 없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는 “과징금 부과제도는 위법행위 방지를 위한 정책적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법 위반으로 인한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기능도 같이 가지고 있다”며 부당한 이익에 추가로 이득을 발생하는 것을 가능한 차단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과징금 전액에 대해 환급가산금을 지급하는 것은 특정인에게 국가가 일정기간 동안 부당이익을 제공하는 것인 동시에 이로 인해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며 이는 국민의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