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0억 과징금 부과했다 법원 판결 후 170억 이자 지급 사연은…
공정위는 지난 2009년 KT와 SK브로드밴드에 각각 165억5000만원, 3억7100만원의 ‘과징금 이자’를 지급했다. 담합했다는 이유로 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가 오히려 이들 기업들에 이자를 지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법원에서 패소했을 경우 패소율에 관계없이 부과한 과징금을 다시 전액 환급해 줌과 동시에 이에 대한 법정이자인 ‘환급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환불해 줄 경우 규정에 따라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이자율을 참고해 연 4.22%에서 6.5%의 환급 가산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물론 공정위의 처분이 잘못됐다면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과징금 전액과 그에 대해 법정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법상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00억원중 99억원이 정당하고 1억원만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도 공정위는 기업에 100억원의 과징금을 즉시 돌려주고 잘못 부과된 1억원이 아닌 과징금 총액 100억원에 대한 법정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법원소송은 특성상 행정처분과 달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자는 더 크게 불어난다.
이는 KT와 SK브로드밴드의 담합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는 2005년 KT와 SK브로드밴드의 전화요금 담합 건에 과징금 1152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 두 회사는 공정위의 심결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이들 업체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대법원은 새로이 개정된 과징금 부과 근거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재산정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이전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2009년 7월 KT와 SK브로드밴드에 각각 16%씩, 180억8800만원, 3억4600만원을 낮춰 재부과했다. 이에 따라 KT와 SK브로드밴드의 재산정된 최종 과징금은 각각 949억6000만원, 18억900만원이다.
법원이 공정위의 의결에 동의하고 단지 부과 방식에 대해서만 의견을 달리했음에도 공정위는 이전 과징금을 전액 환급해 줬으며 이와 동시에 그에 대한 환급가산금으로 KT와 SK브로드밴드에 각각 165억5000만원, 3억7100만원을 국고로 지급한 것이다.
잘못된 부과된 과징금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전체 과징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다 보니 불공정행위의 규모와 정도가 심할수록 기업은 더 많은 환급가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 같은 환급가산금 제도로 담합한 기업들은 소송으로 과징금 지급을 늦출 수 있는 것은 물론 ‘과징금 계’도 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환급가산금 :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경우 공정위는 패소율에 관계없이 기업들이 납부한 과징금을 즉시 전액 돌려준다. 또 거둬들인 과징금을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해 얻은 부당이득으로 보고 과징금에 대한 법정이자인 환급가산금을 지급한다. 환급가산금은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이자율과 과징금 부과 시점부터 환급한 시점 사이의 기간을 고려해 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