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요? 그런거 없습니다. 드라마 보려면 저녁에 일찍들어가야 하거든요. 주말엔 신작게임하고 소녀시대, 원더걸스 무대도 챙겨봐야 합니다. 시간이 빠듯합니다.”
대형 자산운용사 스타 펀드매니저의 얘기다.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에 들어서면서 저녁 술자리가 잦지 않냐는 기자의 사적인 질문에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는 남자인데다 아이돌과 드라마를 좋아 하기에는 나이도 젊지 않다. 깔끔한 외모에 단정한 옷차림, 억대 연봉을 받는 그에게는 왠지 오페라나 뮤지컬이 더 잘어울린다.
그런데 그가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F(x), 등 아이돌 그룹을 줄줄 외고 있다. 20대인 기자도 몰랐던 A엔터테인먼트 신입그룹의 데뷔일정까지 알고 있다. 40대 ‘아줌마’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일일 드라마도 챙겨보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 오픈한 신작 게임중 어떤 것이 재미있는지 추천까지 해준다.
40대 초반의 펀드매니저를 20대 대학 신입생의 사고방식으로 회춘하게한 그 ‘힘’은 무엇일까?
바로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가치투자 대가로 잘 알려진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 권유으로 자산운용업에 입문했다. 3년간 이 부사장 아래서 가치주에 대한 운용철학을 확립한 뒤 2009년 회사를 옮겨 바로 가치주펀드를 출시했다. 그의 말을빌리자면 ‘뼛속부터’ 가치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
흔히 말하는 가치주란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고 부채가 없어야 한다. 저평가 프리미엄까지 받으려면 주가수익배율(PER)과 주가산자산비율(PBR)도 낮아야 한다. 거품 논란까지 커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와는 거리가 먼 조건들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른다.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본다면 일부 엔터테인먼트 종목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물론 무조건 패러디임 변화를 쫓는게 옳은 것은 아니다. 철학없는 변화는 의미없는 ‘쏠림’일 뿐이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이때, 자신의 확고한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내려는 그의 노력에서 성공투자를 위한 또하나의 비결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