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 맞은 직장인들… "결혼 어떻게 하나"

입력 2011-09-20 15:3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전세난 · 금값 랠리 · 치솟는 기름값

직장인들의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지붕뚫린 전월세 가격과 물량 부족, 사상최대치를 경신한 기름값, 랠리가 끝나지 않는 금 가격 등에 직장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모 중견기업 입사 1년차인 직장인 이재호씨(32)는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주름이 깊어졌다. 서울 시내 원룸에서 월세를 살고 있는 이씨는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지만 전세난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씨는 직장의 위치를 고려해 강북지역의 공인중개소 몇 군데를 찾았지만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물량이 이미 바닥이 났다.

그는 “괜찮은 전세 물량이 있었지만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 발길을 되돌린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날 전화해보니 이미 나가고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침에 나온 전세 물건이 저녁이면 나간다는 주변 직장인들이 말을 이씨는 뼈저리게 실감했다.

실제로 온라인 취업포탈 사람인이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 무주택 직장인 84.7%가 전세대란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들은 ‘전세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올 때’(39.9%, 복수응답) 가장 많이 ‘내집 없는 서러움’을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전셋집을 옮기거나 구하기 쉽지 않을 때’ (36.2%)라고 답했다. 전세대란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부담이 턱 밑까지 차오른 셈이다.

물량이 그나마 있다고해도 이번엔 가격이 문제다. 서울 평균 전세가격은 2년 동안 5000여만원이나 올랐다. 일부 지역은 상반기 대비 전세가격이 3000만~5000만원까지 급상승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4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변동률은 8.06%. 지난해 수도권 전세가변동률인 7.75%를 이미 초과했다.

경기도에 신혼집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 봤지만 동료들이 이를 말리고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실제로 시도별로 살펴볼 경우 보면 올해 가장 높은 전세가변동률을 기록한 곳이 경기도다. 9월 현재까지 전세가가 9.57%가 오른 경기도는 조만간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개소 사장이 권하는 월세도 마땅치가 않다. 이 씨는 지방출신 직장들 중 59%를 차지한다는 월세살이 직장인이다. 현재 집 주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고 이씨에게 요구한 상황이다. 결혼 후에도 대출금 이자와 언제 오를지 모르는 월세에 내몰리고 싶지 않아 월세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것이 이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전세 구하기가 이렇게 하늘의 별따기라면 내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요원하다”고 하소연했다.

무주택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내 집 마련까지 예상 기간은 평균 9.2년. 미혼의 경우 이보다 긴 9.6년이다.

결혼식을 앞둔 직장인의 경우 결혼의 단꿈은 이제 옛 말이다. 전세난에 치솟는 금값의 소용돌이까지 체감해야 해서다.

19일 기준 금 한돈(3.75g)의 가격은 24만7000원. 이미 2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된 금값은 결혼 채비에 한창인 직장인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

올해 말 결혼예정인 조은영씨(28)는 치솟은 금값으로 예물비용이 예산을 초과해 고심하고 있다. 금값이 낮았다면 취향대로 선택했을 예물세트를 울며 겨자먹기로 한 두세트로 간소화해야 해서다.

사치는 아니더라도 한번 뿐인 결혼을 기념하고 싶은 예비 신부들 입장에서는 치솟는 금값이 미울 수 밖에 없다. 이전에는 400만~500만원이면 3세트정도 가능했던 예물이 최근 같은 가격에 1세트에서 2세트 정도 밖에 구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씨는 “결혼 예정인 직장 여성들끼리 모이면 예전에는 디자인을 선택하지 못해 고민하는 동료들은 있었어도 예산을 맞추지 못해서 그냥 돌아왔다는 동료는 없었다”며 “지금은 예물에서 디자인은 더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난(亂)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오를대로 오른 휘발유 가격도 한 몫을 한다.

성북구 종암동에 사는 홍성윤씨(31)는 자신의 집 주위에 위치한 주유소와의 거래를 끊고 조금 더 먼 셀프주유소를 찾고 있다. 1만원이라도 아끼겠다는 의지다. 이미 주위에는 뚜벅이로 복귀하는 동료들이 속속 늘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일 오후3시 기준 리터당 2028.59원. 지난 상반기 2000원을 돌파하다 2040원까지 찍은 휘발유 가격에 직장인들의 풍속도는 새롭다 못해 안쓰럽다.

홍 씨는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뚜벅이 생활의 동료들도 많아지고 심지어 직장 근처로 집을 옮겨 차의 활용도를 낮추겠다는 직장인도 생겨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스마트폰 앱 등 IT기기를 이용해 휘발유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수시로 알아보고 찾아 다니는 ‘기름테크’의 달인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홍씨는 설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