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주유소, 소비자 모두 혼란스럽고 억울하다. 먼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수천억원의 손해를 감내하고 가격을 내렸지만 또 다른 비난에 직면했다. 그만큼 내릴 여력이 충분했는 데 왜 이제야 내렸냐는 원성 때문이다.
리터당 10~20원 남는 장사에서 100원을 내리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고충을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장사꾼은 손해보는 장사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속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자유시장경제체제를 표방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으니 오해를 살만 하다.
주유소들도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유사가 주유소와의 사전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가격 인하시기와 방법 등을 결정하면서 즉각적인 가격 할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 불만이 급증, 정유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주유소 업계는 토로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정유사 발표만 믿고 주유소를 찾았지만 이전 가격 그대로 파는 주유소가 상당수다.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는 인하된 가격을 기대한 소비자들과 주유소 종업원 사이에 말다툼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또 리터당 100원 인하로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체감할 정도가 아니다. 한달에 20만원을 주유한다면 카드사 할인 등을 합해 최대 월 2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은 정부에 있다.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가 최적의 해결책이지만, 정부는 모르쇠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검토만 할 텐가.